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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귀신들림이 ‘선물’에서 ‘저주’로 바뀐 맥락

등록 2014-02-09 21:36

2월 10일 교양 잠깐독서

대중문화 5000년의 역사
프레드 슈레더 외 지음, 노승영 옮김
시대의창·2만5000원

책 제목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대중’의 개념이 현대에 탄생한 것인데 어떻게 ‘대중문화’가 수천년 전부터 존재했단 말인가. 그러나 이 책을 묶어낸 미국의 대중문화 전문가, 프레드 슈레더는 과거 선례를 파헤침으로써 현재 문화와의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1970년대 공포영화 <엑소시스트>를 보자. 악마에 사로잡힌 아이를 퇴마술로 구출한다는 설정은, 기독교 교회가 ‘귀신론’을 수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귀신들림, 광기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엔 신의 예언을 전달하는 ‘선물’ 같은 것이었으나, 기독교가 확산되며 ‘저주’의 의미가 부각됐다. 성적 쾌락을 부정했던 기독교인들은 히스테리의 성적 기원설을 무시하고 귀신의 존재를 강조했던 것이다. 흑사병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자, 고대 히포크라테스 학파로부터 내려오던 과학적 접근법 대신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귀신 개념이 힘을 얻었다. 이는 윤리와 제도의 모순, 삶의 불확실성이 가속화되는 요즘, 귀신들림이 인기 소재로 활용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오즈의 마법사> 속 마녀의 기원도 찾아간다. 기독교가 이단을 탄압하려 마녀를 고안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고대인에게도 마녀는 부정적 이미지였다. 고대 이전 생산과 풍요가 찬사받던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바뀌면서 마녀가 죄악시됐다고 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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