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대에 대한 그리움’→‘남녀간의 그리움’
국립국어원, 사전 뜻풀이 수정
중립→이성애 기준으로 되돌려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논란
국립국어원, 사전 뜻풀이 수정
중립→이성애 기준으로 되돌려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논란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의 ‘사랑’에 대한 뜻풀이에서 행위 주체를 성중립적으로 바꿨다가, 다시 예전대로 ‘남녀’로 되돌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31일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11월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사랑’과 관련된 뜻풀이에 대한 언어학적·사전학적 뜻을 재점검하고 수정을 마쳤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립국어원 누리집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사랑’의 4번째 정의는 ‘남녀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돼 있다. ‘사랑’을 생물학적 이성 사이에 벌어지는 일로 제한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사랑’ 등의 뜻풀이가 이성애적 관계만을 염두에 두고 있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대학생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에 걸쳐 ‘사랑’ ‘애인’ ‘애정’ ‘연애’ ‘연인’ 등 5가지 단어의 뜻풀이를 바꿨다. 예를 들어 ‘사랑’에 대한 뜻풀이를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성별과 무관한 중립적인 행위 주체를 채택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이 이번에 사랑 등의 주체를 ‘남녀’로 다시 바꾼 것은 기독교계 등이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한다며 지속적인 항의성 민원을 넣은 데 따른 것이다. 인권단체들에서는 과거회귀적이란 비판이 터져나온다. 동성애자인권연대를 비롯한 20개 단체가 모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사랑’이란 단어를 쓸 수 없다고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두가 평등하게 이 단어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논평을 내어 “이번 조처는 그나마 우리 사회 성소수자들에 대한 조금의 전향적 진전을 거꾸로 되돌린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에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사랑에 대한 뜻풀이가 너무 포괄적으로 기술돼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고, 남녀간의 사랑을 가리키는 전형적인 쓰임을 반영해 사전학적·언어학적 견지에서 수정한 것이다. 국어원이 어느 쪽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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