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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부모님들, 애 좀 그만 잡으시죠”

등록 2014-04-15 19:37수정 2014-04-16 18:15

왼쪽부터 형 김대식(51)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동생 김두식(47)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왼쪽부터 형 김대식(51)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동생 김두식(47)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당 우파’와 ‘봉천 좌파’의 불평토론…김대식·김두식 형제 ‘공부논쟁’ 출간
‘공부 머리’ 있는 형제가 몇날며칠 ‘격정 토론’을 벌이고 책을 펴냈다. <공부논쟁>(창비)이란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은 국립대에서 각각 일하는 형제 교수가 좌우파 지식인들에게 던지는 ‘돌직구’나 다름 없다. 동생 김 교수는 “제가 떠들고 다닌 생각의 상당부분은 형과 대화 속에 나왔고,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들에 출판사가 반색해서 농담처럼 시작한 출판계획에 살이 붙었다”고 했다.

15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 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형 김대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51)와 동생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47)는 자리에 앉자마자 강단의 문제를 꼬집었다. ‘인문학·기초과학의 위기’라는 말은 공허하고, 1등한 학생들이 의대·법대만 가는 현상에 대해 자기 명예를 걱정하는 교수의 두려움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교수의 정년 보장은 잘못
수십년 노는 사람 많이 봐”

“당신들도 엘리트 아니냐 하면
‘하늘대고 침 뱉기’라 욕먹을래요”

“일찍 경쟁 내몰면 공부 못해요
늦은 공부가 국가 위해 좋아”

“이공계 위기란 말은 다 허구입니다. ‘구라’예요. 1등 아닌 학생들이 들어와서 이공계 위상이 추락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요. 사실은 대학원에서 1등, 연구업적에서 1등이 돼야죠. 서울대는 입시에서 1등을 버리고 지방 국립대와 연계해서 중간에서 강한 허리가 돼줘야 합니다. 책 제목을 ‘서울대 폐지론’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생각이 충분치 않아 못했어요.”(김대식)

“학부모들이 애들을 일찍 타죽이는 경쟁에 내몰고 있는 게 문제죠. 너무 일찍 ‘번 아웃’ 되면 진짜 공부를 못 해요. 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개인도 살고 나라도 사는 일인데 모르고 있죠.”(김두식)

두 사람은 사실 생각의 차이가 크다. 형은 ‘사당동 우파’, 동생은 ‘봉천동 좌파’라고 스스로 일컫는다. 정년을 보장하는 교수직에 대해서도 형은 “모든 사람이 정년 보장을 받겠다는 건 잘못됐다”고 하는 반면, 동생은 “경쟁을 부추겨 아무도 안 읽는 논문을 양산하도록 만든 건 맞지 않다”고 했다. 이에 형은 다시 “시간과 여가를 주면 창의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게 잘못이다. 그런 우상 밑에서 수십년씩 노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다”고 했고, 동생은 “대학 개혁, 대학선진화 방안이라고 교육부가 밀어붙이기식 개혁을 하면서 총장직선제를 막기 위한 장치나 만들어내는 것은 안된다”고 기자회견장에서도 서로 맞섰다.

이런 두 사람도 ‘반골기질’의 디엔에이(DNA) 만큼은 확실히 일치하는 듯이 보인다. 이미 국가와 인권에 대한 책을 내며 ‘반골’로 이름을 알린 동생 김 교수 못지 않게 형 김 교수의 비판 의식도 남다르다. “평준화 세대는 이미 경기고 세대의 엘리트주의에 무릎을 꿇었어요. 하향평준화니, 1명이 1만명을 먹여살린다고 하지만 사실은 엘리트주의가 문제예요. 계층을 섞어놓고 학교 벽을 무너뜨리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이슈인 거죠. 진보 엘리트들도 알고보면 자기는 ‘좌파’라면서 아이들 조기유학 보내는 기러기 아빠거든요. 보수는 머리 나쁜 사람들이라고 그러고.”(김대식)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는 당신들도 역시 엘리트가 아니냐고 한다면, 우리는 욕을 먹기로 했어요. 그래서 책 제목은 ‘웃기는 형제의 하늘에 대고 침 뱉기’라고 하고 싶었죠. ‘사당동 우파와 봉천동 좌파의 불평토론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린 하고 싶은 얘길 했고, 재밌게 전달되길 바랍니다.”(김두식)

“그럼. 열등감, 아픔, 콤플렉스는 우리의 힘이니까.”(김대식)

두 사람은 “이 책을 엄마들이 많이 읽고 아이들을 그만 잡자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책에는 그밖에도 괴짜 과학자 형과 삐딱한 범생이 동생의 이야기, 문과와 이과의 차이, 대한민국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 등을 함께 담았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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