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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4-18 19:56수정 2014-04-18 22:12

노벨상 수상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
노벨상 수상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
노벨상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 타계
‘백년의 고독’ ‘족장의 가을’ 등
라틴아메리카 근현대사 작품으로
설화적 설정 ‘마술적 사실주의’
중남미 문학을 세계수준으로
한국 포함 전세계 작가에 큰 영향
‘마술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백년의 고독>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17일(현지시각)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향년 87.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67년작인 <백년의 고독>을 통해 마술적 사실주의를 확립하고 세계 문학의 주변부였던 중남미 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1982년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마술적 사실주의와 중남미 문학에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환상적인 것과 사실적인 것이 풍부하게 직조된 상상의 세계에서 하나로 결합되어 이 대륙의 삶과 갈등을 비춘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수상 결정 사유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의 고독’이라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수상 연설 제목은 그런 맥락을 잘 보여준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27년 3월6일 남미 콜롬비아 북부의 작은 해안 마을 아라카타카에서 열두 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이런저런 밥벌이를 위해 집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그는 외조부모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외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유령들이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는 듯한 외가의 분위기는 나중에 그의 소설에 큰 영향을 끼쳤다. 외할아버지인 퇴역 장교 니콜라스 마르케스 메히아를 가리켜 그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 말한 바 있는데, 그는 나중에 <백년의 고독>의 주인공 부엔디아 대령의 모델이 된다. 이 소설의 무대인 가상의 마을 마콘도 역시 아라카타카 인근 바나나 농장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들.
<백년의 고독>은 부엔디아 가문 일곱 세대의 이야기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근현대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소설이다. 귀신이 출현하고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며 불면증이 전염병처럼 창궐하는가 하면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나기도 하고 주검은 썩지 않으며 독재자는 몇세기 동안 죽지 않는 이 소설의 설화적 설정은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이름을 얻으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르케스 자신은 사악한 독재자들과 낭만적인 혁명가들 그리고 오랜 기근과 질병과 폭력으로 점철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에서 마술적 사실주의가 빚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백년의 고독>을 가리켜 “<돈키호테> 이후 스페인어로 된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 표현했고 소설가 윌리엄 케네디는 “창세기 이래 전 인류가 읽어야 할 첫 책”이라 격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자신은 <백년의 고독>에 집중된 관심과 찬사 때문에 자신의 다른 작품이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자신은 이 책이 아니라 <족장의 가을>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들.
가상의 라틴아메리카 국가 독재자를 등장시킨 <족장의 가을>의 가장 가까운 모델로는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가 꼽히는데,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피노체트가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 좌파 정부를 무력으로 무너뜨리고 집권하자 그가 권좌에 있는 한은 글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나중에 철회하기도 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또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와도 오랜 친분을 유지했으며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를 비롯해 중남미 좌익 혁명세력들을 옹호해 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는 1995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초청하기 전까지 30년 이상 미국 입국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중남미 문학 전문가인 송병선 울산대 교수는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확립한 마술적 사실주의의 핵심은 현실이 상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고 상상이 현실보다 더 정확할 수도 있다는 데에 있다”며 “<백년의 고독>에서 꽃을 피운 마술적 사실주의는 1980년대 이후 살만 루시디, 토니 모리슨, 주제 사라마구, 귄터 그라스, 타하르 벤 젤룬 같은 전세계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한국 문학 역시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대표작 <백년의 고독>을 비롯해 <콜레라 시대의 사랑>(1985)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2004) 같은 대표작이 거의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그의 연설문을 모은 책 역시 송병선 교수에 의해 번역이 진행되고 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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