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작가 한승원(75)
싯다르타 일대기 소설 낸 한승원씨
“출가정신 통해 자본주의 환혹 깨야”
“출가정신 통해 자본주의 환혹 깨야”
“석가모니의 출가 동기에 대해서는 ‘사문유관’(四門遊觀) 일화로 설명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싯다르타가 카필라성의 동서남북 네 문으로 나갔다가 각각 늙은이와 병자, 죽은 사람과 수행자를 보고 출가할 뜻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러나 저는 싯다르타가 당대 사회의 계급주의적 차별과 박해에 문제의식을 지니고 그것을 철폐하고자 출가했다고 봅니다.”
원로 작가 한승원(75·사진)이 석가모니 붓다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사람의 맨발>(불광출판사)을 내놓았다. 28일 낮 기자들과 만난 그는 “동남아 등 불교 국가들을 여행하다가 만난 와불의 맨발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며 “왕자 시절 물소 가죽에 금은보화로 치장된 신발을 신었던 싯다르타가 출가하면서 누더기 옷을 입고 머리를 깎은 채 맨발로 길을 걸었던 정신을 되새겨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 소설은 소년기와 청년기 싯다르타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서 그가 출가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시대 상황 속에서 그리고자 했습니다. 당시 산업이 발달하면서 브라만과 크샤트리야에 이은 인도의 제3계급인 바이샤 가 기존 계급 구조에 반발 움직임을 보인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맨발>에서 불가촉천민을 비롯한 백성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분투하던 싯다르타가 탐욕스런 대신이자 그의 장인이기도 한 다리나에 의해 궁에 갇히게 된다는 가상의 설정은 싯다르타의 출가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을 짐작하게 한다.
“한국 자본주의는 싯다르타 당시의 카스트보다 더 엄혹한 계급사회라고 본다”는 작가는 “세월호의 비극도 자본주의 사회가 지닌 결함 때문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싯다르타의 출가 정신을 통해 자본주의의 달콤한 환혹(幻惑)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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