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단비 제공
김선우 글, 양세은 그림
단비·1만2000원 시인 김선우가 처음으로 청소년 소설을 썼다. <희망을 부르는 소녀 바리>는 여신 ‘바리데기’ 신화를 풀어낸 책이다.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버려진 아이가 성장해 신이 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2003년 어른 대상의 <바리 공주>를 쓴 바 있는 작가는 청소년들을 향한 간절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원고를 새로 매만졌다고 한다. “시련을 통과해서 나는 강해질 거야. 나는 나를 믿으면 돼. 나는 나를 사랑하면 돼. 그러면 비밀을 풀 수 있어”라고 되새기는 바리 공주의 목소리는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에게 남다른 울림을 줄 만하다. 처절하게 버려진 딸이지만, 아비를 살려달라는 청에 따라 무간지옥을 넘고 넘는 동안 그는 삶과 죽음이 어떤 것인지를 생생히 목격한다. 죄업을 진 영혼들이 드글거리는 지옥굴은 곧 인간세상이었다. 험한 길을 되돌아와 아버지에게 “죽으소서, 아비여. 완전히 죽어 죄업을 벗으소서. 완전히 죽어 다시 소생하소서”라고 약수를 먹여 살리는 그는 기존 질서를 “자아 찾기의 계기로 역전시키는 존재”, 사랑의 화신으로 스스로를 완성시킨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복수는커녕 살림으로써 ‘참나’를 되찾는 것이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지키는 한 우리는 패배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힌다. 2014년 5월. 세월호 사고 뒤에 쓴 ‘작가의 말’이다. 버려진 존재들을 위한 씻김굿이자 위로다. 각자에게 용기를 북돋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그림 단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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