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숨을 곳이 없다 -스노든, NSA, 그리고 감시국가
글렌 그린월드 지음, 박수민·박산호 옮김
모던타임스·1만5000원
글렌 그린월드 지음, 박수민·박산호 옮김
모던타임스·1만5000원
글렌 그린월드는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적 도청 의혹을 담은 일급비밀 문서를 넘겨받아 특종 보도한 독립 언론인이다. 그린월드는 <더이상 숨을 곳이 없다>(원제: No Place to Hide)에서 스노든으로부터 첫 연락을 받았을 때부터 특종 보도 뒤 자신과 스노든에게 쏟아진 비난과 찬사까지, 남은 이야기를 모두 털어놨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기념비적 범죄행위를 폭로한 이야기답게 한편의 첩보영화 같은 박진감 있는 경험담이 펼쳐진다.
그린월드는 스노든이 ‘킨키나투스’라는 별명으로 자신에게 이메일을 보내 통신 보안을 위해 암호화 프로그램을 깔라고 권하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컴퓨터를 잘 모르고 할 일도 많았던 그는 킨키나투스의 여러차례에 걸친 권고를 무시한다. 그러다 그가 신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로라 포이트러스로부터 누군가 일급비밀 문서를 폭로하려 한다는 연락을 받고 홍콩으로 날아가 스노든을 만난다. 그때까지 여섯달 동안 그는 킨키나투스가 스노든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한 폭로, 전세계 미디어의 폭발적인 반응, 기자들과 미국 정부로부터 스노든을 빼돌리는 과정 등이 숨가쁘게 전개된다.
책에는 새롭게 터뜨리는 특종도 여럿 담겼다. 이를테면 미국의 시스코 같은 통신장비 제조업체가 수출하는 라우터, 서버 등이 외국 고객에게 배달되기 전에, 엔에스에이가 중간에서 가로채 백도어(뒷문으로 몰래 드나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심은 뒤 새 제품처럼 재포장해서 배송한다는 것이다. 워낙 충격적인 사실이 많이 폭로된 터라 감각이 많이 무뎌진 상태이긴 하지만, 여전히 놀라운 추문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정치 블로그를 운영하는 맹렬한 독립 언론인인 그린월드는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같은 주류 언론이 얼마나 정부에 협조적이며 진실 보도를 두려워하는 집단인지 설명하는 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9·11 이후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주류 언론들이 애국주의라는 허울 아래 더이상 언론임을 포기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다. 그리고 그의 기사를 실어준 <가디언>조차 영국의 정보수집기관인 국가정보통신본부(GCHQ)의 협박을 받고 스노든이 넘긴 파일이 들어 있는 ‘맥북프로’ 노트북을 산산조각 내는 굴욕을 당하면서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고 폭로한다.
그린월드는 “미국 헌법은 저널리스트가 정치 지도자의 친구가 되고 힘을 보태며 떠받들라고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와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언론 자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 뒤 ‘기레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한국 언론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영화사 소니픽처스는 이 책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판권을 샀다고 14일 밝혔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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