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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박형서표 소설’의 차별성과 상상력

등록 2014-05-25 19:24

박형서 작가
박형서 작가
<끄라비>
<끄라비>
끄라비
박형서 지음
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등단하기 전부터 나는 나 자신이 잘 쓰는 작가가 아니라 다르게 쓰는 작가라 생각해왔고, 그게 내 자부심의 원천이었다. ‘다르게 쓴다’는 말은 물론 남들과 다르게 쓴다는 뜻도 포함하지만 그보다는 나 스스로 전과 다르게 쓴다는 의미다.”

박형서(사진)의 네번째 소설집 <끄라비>에 실린 단편 <어떤 고요>에 나오는 이 말은 박형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 작품이 ‘자전소설’로서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참조해 보자. 물론 ‘자전’이라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소설’이기 때문에 거짓말이 섞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소설에 관한 박형서의 태도와 방침은 인용된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컨대 박형서의 소설 전략은 차별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뜻이다.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2003)이라는 독특한 제목을 지닌 첫 소설집에서부터 ‘개콘보다 웃긴 소설’이라는 말을 들은 단편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음란성 연구>, 타이 방콕의 사창가를 배경 삼은 첫 장편 <새벽의 나나>(2010)에 이르기까지 그는 남들과 ‘다른’ 소설을 쓰고자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 왔다. 그 시도는 어느덧 독자들 사이에 ‘박형서표 소설’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는데, <어떤 고요>에서 그는 그 이미지가 자신의 문학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쯤 크게 한 번 방향을 틀어주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예를 들어 트럼프를 화투짝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나는 이쪽 벼랑을 피하려다 저쪽 벼랑에 떨어지는 신세가 될 게 분명했다.”

새 소설집 <끄라비>에 실린 일곱 단편이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새로운 시도를 꾸준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게 한다. 360억년을 주기로 붕괴와 대폭발을 거듭하는 우주에서 다음 우주의 신을 육성한다는 <티마이오스>, 파이(π)값이 알려진 대로 무한히 늘어지는 게 아니라 어떤 지점을 향해 수렴되고 있음을 증명하려는 수학자의 이야기 <큐(Q). 이(E). 디(D).>, 기차 좌석의 공간 다툼을 생사를 건 대결로 묘사한 <무한의 흰 벽> 등에서 그는 한결같이 참신하고 발랄한 상상력 그리고 특유의 과장과 비틀기를 통한 유머감각을 보여준다.

표제작 <끄라비>는 흔한 여행기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여행지가 특정 여행자를 향해 집착과 질투를 수반한 사랑의 감정을 키우고 그것을 과격하게 표현하기도 한다는 엉뚱한(?) 발상으로 ‘역시 박형서’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글 최재봉 기자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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