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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영국과 미국이 가해자 가족을 돌보는 이유

등록 2014-05-25 20:10

<가해자 가족>
<가해자 가족>
가해자 가족
스즈키 노부모토 지음, 한진여 옮김
섬앤섬·1만5000원
어떤 집의 청결 상태를 알고 싶다면 화장실에 가보고, 어떤 나라의 인권 실태를 알고 싶다면 교도소에 가보라 했던가. 누구나 숨기고 싶어하는 가장 후미진 곳, 가장 밑바닥의 수준이 그 집과 그 나라의 수준을 말해준다.

일본의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에서 보도프로그램 피디로 일하는 지은이가 가해자 가족의 인권을 돌아본 것도 그런 의도에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는 무척 조심스러워한다. 가해자와 가해자 가족을 한덩어리로 보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편견 때문에 가해자 가족은 “직장을 잃기도 하고, 이웃의 시선이 무서워 수없이 이사를 다니거나 아이들을 몇번씩 전학시키는 등 평범한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가 없다.” 가해자의 부모도 참형에 처해야 한다거나, 가해자의 딸을 강간하자는 극언이 서슴없이 튀어나온다.

지은이는 취재 과정에서 만난 가해자 가족들의 사연을 담담하게 전한다. 주로 엽기적인 살인 사건 가해자의 가족들이다. 이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피해자 쪽을 생각하면 저희는 힘들다든가 하는 것을 호소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지은이는 “놀라운 사실”이라며 미국의 사례를 꺼낸다. 1998년 아칸소 주의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소년 가족 이야기다. 언론이 가해소년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자 가해소년의 집에 편지와 전화가 쏟아진다. 상자 두개를 채울 만큼 편지가 쌓였다. 편지 내용은 놀랍게도 가해소년의 어머니를 격려하는 내용이었다. “당신의 아들에게는 지금이 너무나 중요한 때이니 자주 면회를 가세요.” “사건을 일으킨 자식 돌보는 데 너무 신경을 쓰는 나머지 남은 자식들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유의하세요.” 미국 교도소는 수감자를 대상으로 ‘가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 중에는 부모로서 면회 온 자녀와 어떻게 접촉하면 좋을지 가르쳐주는 ‘자녀관계 클래스’도 있다.

이어 영국의 가해자 가족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팝스(POPS, Partners of Prisoners and Families Support Group)를 소개한다. 한해 예산이 2조원이 넘는 방대한 조직이다. 가해자의 체포부터 복역, 출소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가족들에게 조언하고 지원한다. 이들이 가해자 가족을 돕는 이유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다. “가해자 가족을 지원하면 범죄자가 출소한 뒤 가족의 품에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고 그럼으로써 재범의 위험이 줄어든다.” 영국 왕실은 팝스가 실제로 범죄를 줄이는 데 공헌했다며 설립자 파리다 앤더슨에게 훈장을 줬다.

영화 <한공주>의 가해자 가족들처럼, 가해자의 말만 믿고 무죄를 주장하거나, 합의를 강요하는 파렴치한들도, 물론 있다. 이런 몰상식과의 싸움은 별개의 문제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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