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웅진주니어 제공
<엄마의 크레파스>
이종혁 글·이영경 그림
웅진주니어·9500원 “코에 익은 냄새들, 엄마 몸에서 나는 아주 특별한 향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날아가지 않는 기억.” 아이들은 냄새로 엄마를 안다. 아기 때는 오로지 젖냄새로만 엄마를 알아본다. 엄마 품에 쏙 파고들어가는 게 멋쩍어질 무렵 엄마 냄새는 희미해진다. 엄마 냄새를 잊으면서 아이는 어른의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어떤 아이들은 엄마 냄새를 자연스레 잊기 전에 빼앗긴다. 빼앗겼기 때문에 냄새는 기억으로 더 선명하게 남는다. <엄마의 크레파스>의 열살 소년 창혁이도 그렇다. 전주 시내의 병원에서 오래 투병생활을 하다가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엄마 냄새는 날아가지 않는 기억이, 지켜야 할 엄마의 자리가 되었다. 그 자리에 누군가 침입하려고 한다. 젊어 혼자가 된 아빠를 딱하게 여긴 큰엄마의 중매로 새엄마가 집에 온 것이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새엄마가 노력할수록 아이는 화가 나고 새엄마를 쫓아낼 궁리에 몰두한다. 양은 대야를 엿 바꿔 먹고 개구리를 토막내 집에 뿌리며 새엄마 얼굴에 연탄재를 내던지는 등 아이의 못된 짓이 심해질수록 읽는 이의 마음은 점점 더 아려진다. 세상에 없는 엄마를 지키려는 아이의 처절함과 사무치는 그리움이 만져질 듯 와닿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읽다가 엄마의 콧등이 먼저 시큰해질 법하다. 작가는 나이가 들어서도 지워지지 않는 마음속 ‘엄마의 풍경’을 꺼내 이 동화를 완성했다고 말한다. 제7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초등 5학년부터.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그림 웅진주니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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