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입양산업 부추기는 종교 아동보육 떠넘기는 국가

등록 2014-06-22 19:43수정 2014-06-22 20:47

<구원과 밀매>
<구원과 밀매>
한 주를 여는 생각

구원과 밀매
캐서린 조이스 지음, 박준영 옮김
뿌리의 집
남의 아이를 데려와 키우는 입양은 이타적 행위의 하나로 존중받는다. 그러나 선교의 목적으로 입양이 남용된다면? 입양 부모들이 내는 입양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입양기관들이 고아가 아닌 아이를 고아로 속인다면? 그 과정에서 인신매매까지 일어난다면?

미국의 종교전문 탐사 저널리스트인 캐서린 조이스가 쓴 <구원과 밀매>는 미국의 보수적 기독교가 ‘국제입양 산업’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이 가난한 나라에 사는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들고 공격적으로 입양에 뛰어들면서, 제3세계에 입양시장이 형성되고, 인신매매와 가정파괴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한때 세계 1위 입양국이었으며 여전히 하루 3명의 아기를 다른 나라로 입양 보내는 한국에 대해서도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아동보육을 손쉽게 국제입양으로 돌렸다는 비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입양에 대해 ‘가난한 나라에 살았던 가난한 부모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은이는 한국의 입양산업 뒤에도 복음주의적 기독교의 종교적 목적과 한국 정부의 무책임한 위선이 도사리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는 뒤늦게 2011년부터 5월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하고 국내입양 캠페인을 벌였다. 국제입양은 죄악이지만 국내입양은 선행인 것처럼 치켜세웠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입양 자체를 줄이는 일이다. 지은이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양이 많은 이유를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서 찾는다.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면 입양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는 게 지은이의 결론이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1950년대 전세기로 미국에 도착한 한국 입양아들. 홀트아동복지회가 국가기록원에 건넨 사진이다. 한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홀트 부부의 대대적인 입양은 국제 입양운동의 효시가 됐다. 국가기록원 제공
1950년대 전세기로 미국에 도착한 한국 입양아들. 홀트아동복지회가 국가기록원에 건넨 사진이다. 한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홀트 부부의 대대적인 입양은 국제 입양운동의 효시가 됐다. 국가기록원 제공

국제 입양시장 ‘큰손’들의 반신앙적 범죄

이 책은 막연히 좋은 일로만 여겨왔던 입양이 엄연한 하나의 ‘사업’이며, 그 사업이 어떻게 입양과 관련된 사람들을 망가뜨리는지 폭로한다. 입양시장의 ‘큰손’은 미국의 보수적 기독교인들이다. ‘고아를 구원한다’는 그들의 믿음이 반신앙적, 반인도적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원과 밀매>라는 제목만 봐서는 무슨 종교서적인 줄 착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은 종교를 믿으라고 가르치는 종교서적이 아니라, 종교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비판서다. 성경의 가르침을 이행하기 위해 ‘고아’들을 찾아나선 일부 기독교 신자들의 선의가 어떻게 ‘입양산업’을 만들어냈으며, 그 산업이 입양에 관련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폭로한다. 비판의 대상에는 ‘아기 밀매’라는 충격적 범죄도 포함돼 있다. 물론 모든 입양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입양’에 대한 상식을 무너뜨리는 논쟁적인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종교 문제를 심층취재하는 미국의 탐사전문 저널리스트인 캐서린 조이스는 국제입양에 관련된 사람 200여명을 4년에 걸쳐 인터뷰하고 심층 취재한 결과를 400쪽에 가까운 저작에 담았다.

지은이가 입양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피임을 하지 않고 하나님이 주시는 대로 자녀를 모두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느 복음주의 단체”를 취재하면서부터였다. 이 단체는 나중에 티파티(미국의 우익 정치운동) 활동가들을 배출하는 기지가 된다. 그곳에서 만난 50대 여성 샤론은 이미 일곱 명의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입양을 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샤론을 포함한 이 단체 사람들은 “아이를 입양하는 것은 말 그대로 그를 (…) 구원하는 셈”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입양어머니는 네 아이를 입양하고 둘을 직접 낳은 뒤에도 여전히 ‘고아 집착증에 시달리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아광’이라고 자신을 묘사할 정도였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입양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 상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국제입양 시장의 수요 곡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샤론 같은 맹렬한 신자들이 포진한 미국의 남부침례교총회교단 같은 보수적 기독교 세력이다. 공급을 담당하는 것은 당연히 가난한 제3세계 나라들이다. 공급처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발굴된다. 특히 전쟁이나 지진 같은 엄청난 재난을 겪은 나라가 공급처가 된다.

국제입양 시장의 수요처는
보수적 기독교 세력이다
공급처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발굴되고 만들어진다

한국이 세계 5위 입양국인 이유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입양이나 고아원 위탁을 강요하는
정부의 이상한 지원정책 탓이다

최근 입양시장이 크게 열렸던 아이티가 대표적이다. 사망자 30만명, 부상자 30만명, 100만채의 가옥 중 4분의 1이 파괴되어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노숙자가 된 이 나라는 손쉽게 입양산업의 먹잇감이 됐다. “노예반란으로 건국된 아이티는 동물의 왕국처럼 묘사되었고 ‘나중에 인간으로 자라지도 못하는’ 그곳에서 아이들을 구출해야 한다는 말은 아이티 고아를 대하는 미국인의 인종적 태도를 뚜렷이 드러냈다.”

그러나 입양이 활발한 모든 나라에서 그러하듯, 입양을 빙자한 아동 인신매매 및 납치 사건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실제로는 고아가 아니었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그저 잠깐 놀러가거나 피신시켜주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런 식으로 지진 뒤에 2100명의 아이가 아이티 밖으로 입양됐으며, 이 가운데 1150명이 미국으로 갔다.

책은 과테말라에서 에티오피아, 우간다, 르완다 등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입양시장에 대해서도 자세히 묘사한다. 한 나라에서 인신매매 등의 우려에 따라 국제입양을 금지하면 풍선효과처럼 대체지를 찾는다는 것이다. 고아가 부족하면 고아를 만들어낸다. 미국세계입양회의 브라이언 루위스 회장은 “(한 에티오피아인이) 내게 5000달러를 주면 아이 한 명을 당신에게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입양기관들은 입양 알선자들에게) 일정한 고정 수수료를 지불했고 따로 직원을 두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인들의 1년 평균수입은 300달러에서 500달러 수준이다. “10년 연봉이면 거의 모든 사람이 다 넘어간다.”

이 책의 원제는 <차일드 캐처스>(Child Catchers)다. ‘아이를 잡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두 가지 해석 사이의 긴장을 염두에 두었다. 하나는 공중에 떨어지는 아이를 잡아 안전한 곳에 내려놓는 구원자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의 아이를 가족과 가정에서 낚아채는 어두운 이미지다. (…) 순수한 구출로 보기도 하고 순전히 도둑질로 보기도 한다. 늘 그렇듯, 진실은 아마 그 둘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을 것이고 사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입양을 죄악시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지은이는 1955년 8명의 혼혈아(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를 미국으로 입양시킨 홀트 부부의 이야기를 국제 입양제도의 출발로 자세히 소개한다. 여전히 하루 평균 3명의 아기가 외국으로 입양되는 한국적 비극의 시원이다. 남북한을 통틀어 전체 인구의 10~15%가 숨진 당시의 한국은 20세기의 아이티였다. 홀트 부부는 전후 초기 10년 동안 약 5000명에 이르는 아이를 입양시켰다. 1955년 이후 총 입양아 수는 2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아기 수출국’이라는 불명예의 원인은 한국 정부의 무책임함에 있다고 지은이는 꼬집는다. “한국 정부는 (…) 아동 복지에 쓸 돈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었다. 즉, 입양 제도를 통해 미혼모 자녀의 일부는 해외로 보내고 나머지를 보살피는 시설들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미혼모와 그들의 자녀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면서 한국 정부는 직접 복지 제도나 아동보호 제도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지금도 여전히 한국은 “세계 5위”의 입양국이라는 점이다. 지은이는 그 이유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더불어 한국 정부의 이상한 지원정책을 이유로 든다. “미혼모가 아이를 기를 경우 어머니의 나이에 따라 매달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를 지원받지만, 아이를 임시로 양육하는 가정위탁의 경우 매달 40만~50만원을 지원금으로 받고 고아원은 아동 1인당 105만원을 지원받는다.”(실제로 2013년 현재 만 24살 이하 한부모 가족에게 지원하는 금액은 월 15만원으로 분유값과 기저귀값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정부마저도 미혼모에게 입양이나 고아원 위탁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활동가 에벌린 로빈슨의 말을 인용한다. “입양은 대개는 여성 문제였고, 사회 속에서 비혼 여성이 차지하는 지위와 연관되어왔다. 현재 호주 같은 나라에는 이러한 자유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여성들이 변화를 위해 싸울 태세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