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
우에노 지즈코 지음, 이선이 옮김
현실문화·1만8000원
우에노 지즈코 지음, 이선이 옮김
현실문화·1만8000원
이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일본의 대표적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의 책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 얘기다. 1998년 세이도샤가 낸 <내셔널리즘과 젠더>의 개정증보판으로, 2012년 일본 이와나미서점에서 출간했다.
우에노 지즈코 교수는 일본의 어느 지식인보다 한국을 잘 아는 ‘지한파’ 학자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일본군 ‘위안부’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국민기금 찬동자’, ‘사죄 않는 일본인’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내셔널리즘과 젠더>를 비롯해 몇몇 글 때문에 탈식민화 관점이 명확하지 않은 ‘무책임한 페미니스트’라며 비난받았던 것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상당 부분을 새로 썼다. 특히 재일동포 학자 서경식 교수, 김부자 교수가 쓴 비판적 서평에 대해 자신이 답했던 글을 추가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분명하게 밝히는 점은 일본 정부의 책임에 대한 부분이다. “강제 성노동을 포함한 전후 보상에 대해 특별입법을 하고 정식 사죄와 국가보상을 하는 길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1995년 일본 무라야마 정권 아래 조성한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아시아 여성기금)은 정치적 퍼포먼스였고, ‘국가 보상’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고도 규정한다. 한국 안에서 이를 받느냐 마느냐 논란이 벌어지는 등 사태가 악화한 것은 전적으로 ‘기금’에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반면, 지은이는 “그때 국민기금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그 후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이라는 설립자들의 정치적 판단은 사후적으로 본다면 맞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인다. 일본 정권이 점점 더 우경화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기금을 제안한 사람들의 입장과 돈의 성격이 애매해서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갈등이 터져나왔음을 인정하는 발언이지만, 여전히 곡해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는 섣불리 화해를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냉정한 현실 인식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화해란 깨지기 쉬운 것”이라는 전 주일 독일대사의 발언을 인용하며 끝맺는다.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뿌리와이파리)와 견줘보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일본 시민사회에서 벌어졌던 일본군 ‘위안부’ 논쟁의 복잡한 맥락과 또 다른 결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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