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박효미 지음, 마영신 그림
한겨레아이들·1만원 만약 한국에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덮친다면? <블랙아웃>은 초등학생 동민이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일어난 정전 사태를 일주일 동안 견디는 모습을 하루 단위로 묘사한 장편 동화다. <블랙아웃> 속 어른들의 민낯은 얼굴을 화끈거리게 한다. 동민은 고등학생 누나와 오전에만 잠깐 문을 여는 대형마트에서 어렵사리 물과 식료품을 샀지만, 파출소 바로 앞에서 물건을 강탈당한다. 경찰에게 신고해도, 경찰은 도둑을 잡는 대신 피해 사실을 적으라며 동민이와 누나를 윽박지른다. 아이들이 맞고 물건을 뺏겨도 어른들은 그저 보고 있다. 동민의 친구 엄마이기도 한 이웃집 아줌마는 동민이 집에 찾아와 쌀을 강제로 가져간다. 교회에서 지하수를 나눠준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교회는 교인이 아니라고 아이들을 내쫓는다. 동네 할아버지는 뙤약볕에 괴로워하는 동민을 보고는 “애들은 그래도 괜찮아. 노인들이 문제지”라고 말한다. 뉴스에는 정전 사태가 곧 끝난다는 정부 발표가 반복된다. 정전 일주일째 참다 못한 사람들이 대형마트로 몰려간다. 경찰은 “안전한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다가, 시민들에게 총을 쏜다. 동민은 죽어가는 길고양이 새끼를 최선을 다해 돌보지만, 현실을 이기기는 어렵다. 동화는 어른들의 어두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허구 같지 않다. 초등 5학년부터.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그림 한겨레아이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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