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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로봇 유모, 아바타 친구의 디스토피아

등록 2014-08-17 20:17

<다음인간>
<다음인간>
8월 18일 출판 잠깐독서
다음인간
이나미 지음
시공사·1만3000원

육아가 버거운 젊은 부부는 폭신폭신한 피부를 가진 유모 로봇에 의탁한다. 원격 감시가 가능하고 응급구조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도우미에게 맡기는 것보다 안심된다. 사람들은 장점만 극대화시킨 아바타 홀로그램과 얘기를 나눈다. 친구나 부모보다 내 마음을 더 잘 헤아리니 사람을 직접 만날 필요를 못 느낀다. 상대에 대한 애착과 헌신을 하지 않게 되면서 가정도 허물어진다. 노인들은 필요하면 가짜 자녀를 주문한다. 가짜 자녀는 자신의 아이를 데려와 재롱을 보여준다. ‘프로 가정 네트워크’에서 공급받은 가짜 남편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여부를 물어오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분석심리 전문의가 그려 보이는 미래의 일상이다. 지은이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집중하는 심리학이 간과한 기술변화에 따른 인간의 미래를 통찰한다. 가족 형태의 변화상뿐 아니라 세계 패권의 이동, 의학의 발달이 가져온 소외 등이 빚은 ‘가상 시트콤’이 허무맹랑하지만은 않다. 그는 “미래의 미시적인 전망은 현재 개인과 사회가 과연 건강한 자기실현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지 꼼꼼하게 지켜보는 작업”이라며 이 책의 전망이 보기 좋게 들어맞지 않기를 바란다. 스마트폰이나 게임기와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 에스엔에스에 함몰되어 현실 세계와 멀어지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에서 밖으로 나오라는, 역설을 디스토피아로 그려낸 셈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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