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가 절대적이지 않다면 자동차 A의 빛은 ‘빛의 속도(c=초속 30만㎞)+시속 100㎞’로 당신에게 올 것이다. 자동차 B의 빛의 속도는 그냥 c다. A의 빛이 B의 빛보다 먼저 교차로에 다다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두 자동차의 충돌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상대성이론이란 무엇인가?>
제프리 베네트 지음, 이유경 옮김
처음북스·1만5000원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의 모태인 찰턴 헤스턴 주연의 1968년작(원제: Planet Of The Apes)은 ‘상대성이론’으로 첫 장면을 연다. 1년6개월 만의 우주여행 끝에 낯선 행성(알고보니 지구였다!)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의 시간이 이미 2000년가량 흘렀으며,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사라진 다음일 거라는 대화를 태연히 나눈다. 빠르게 달리는 우주선의 시간은 지구의 시간보다 느리게 흐른다는 상대성이론의 논리에 바탕을 둔 설정이다. 내년(2015)이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일반상대성이론과 110주년을 맞는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주에 대한 인류의 생각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 그만큼 우리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론이다. 하지만 과학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이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복잡한 수학공식과 난해한 물리학 개념, 애매한 용어 때문이다.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 제프리 베네트가 쓴 <상대성이론이란 무엇인가?>(원제: What is Relativity?)는 이런 독자들을 상대로 상대성이론을 납득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는 책이다. 방법은 수학공식을 거의 쓰지 않는 것이다. 대신 비교적 쉬운 비유를 동원한다. 물론 이 비유라는 것도, 이공계 출신이 아니라면, 평소 안 쓰는 뇌의 어떤 영역이 서걱거리며 돌아가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들이긴 하지만. 어떤가. 치매 예방하는 셈치고 한번 도전해보면. 중력을 배제한 특수상대성이론은 두가지 절대 원칙을 전제한다. 1. 자연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2. 빛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똑같다. 첫번째 법칙은 갈릴레오 때부터 있어 왔던 원칙이기 때문에 별로 놀랍지 않다. 문제는 두번째, 빛의 속도의 절대성이다. ‘일부 먼 은하계는 빛의 속도와 가까운 속도로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우주는 팽창중) 하지만 이들 먼 은하에서 오는 빛의 속도는 지구에서 형광등을 켰을 때의 빛의 속도와 다르지 않다.’ 충돌실험 통해 빛의 속도 절대성 설명
오븐에서 케이크 굽듯 우주 팽창 비유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지은이는 머릿속 실험을 제안한다. 시속 약 100㎞로 달리는 두 자동차가 교차로에서 충돌한다고 상상해보자.(그림) 당신은 교차로의 한 거리에서 그 충돌을 목격한다.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지 않다면, 당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자동차 A의 빛은 ‘빛의 속도(c=초속 30만㎞)+시속 100㎞’로 올 것이다. 당신의 시선에 교차해 오고 있는(수평으로 지나가는) 자동차 B의 빛은 정상속도인 c로 오고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A의 빛이 B의 빛보다 먼저 교차로에 다다르는 것을 볼 것이다. 자동차의 시속 100㎞는 빛의 속도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하므로 차이를 알아채기는 어렵다. 하지만 멀리서 충돌을 관찰한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당신이 100만 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초강력 망원경으로 충돌을 본다고 상상해보자. A의 빛은 B의 빛보다 100만분의 1 더 빠른 속도로 오기 때문에 100만 광년의 거리를 오면 A의 빛은 B의 빛보다 1년 앞서 당신에게 도착한다. 자동차 A가 B보다 1년 먼저 교차로에 도착한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두 자동차가 충돌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역설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빛의 속도에 자동차의 속도를 더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은이는 “절대적인 것은 빛의 속도이며,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다”라는 사실을 이해시킨다. 특수상대성이론과 달리 중력이 적용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는 태양계를 커다란 고무판에 비유한다. 쇠공처럼 무거운 태양이 가운데 자리잡자 그 무게로 고무판이 아래로 처지게 되고, 그 휘어진 궤도를 행성들이 도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질량을 가진 물체들에 의해 휘어진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해명한 것이다.(물론 이 비유는 4차원 공간을 2차원으로 설명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 앞의 <혹성탈출>이 차용한 시간의 상대성개념은, 블랙홀처럼 엄청난 질량을 가진 물질을 향해 떨어지는 시계와 우주선 안의 시계를 비교하는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팽창하는 우주는 여러개의 케이크를 오븐에서 굽는다거나, 점박이 풍선이 부풀 때 케익이나 점들이 서로 멀어지는 것으로 비유한다. 물론 이 책 한권으로 상대성이론을 마스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우주 일반에 대해 좀더 많은 지식을 얻고 싶다면 최근 나온 <유쾌한 우주 강의>(다다 쇼 지음, 조민정 옮김/그린북)나, 역시 최근에 개정판이 나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