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씨알 김원호 이사장
김원호 ‘씨알’ 이사장 도쿄 도보순례
사건 91년째 되는 9월1일 시작
한·일 시민연대 30여명 함께해
사건 91년째 되는 9월1일 시작
한·일 시민연대 30여명 함께해
“그날 우리는 야히로에서 요코아미초 공원까지 약 8㎞를 걸어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종이학을 나눠주려 한다. 이 종이학은 치유와 용서, 화해 그리고 상생과 평화의 종이학이다. 간토(관동)대지진 학살 피해자인 우리나 가해자인 일본의 씨알들에게나 치유가 필요하다. 치유는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그날’은 9월1일. 1923년 9월1일 오전 11시44분 조금 지나 도쿄 등 일본 간토 지방을 순식간에 폐허로 만든 간토대지진이 일어난 지 91년째 되는 날이다. 당시 일제는 지진 발생 다음날 계엄령을 선포하고 재난이 반일적인 조선 사람(불령선인)의 방화·약탈에 의한 것인 양 거짓선동을 하며 자경단을 사주해 6000여명의 무고한 조선인들을 학살했다.
20일 한겨레신문사를 찾은 재단법인 씨알 김원호(66·사진) 이사장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한·일·재일(동포) 시민연대’(1923 한일재일시민연대)가 주최하는 희생자 진혼을 위한 도보순례와 추모제에 13명의 재단 대표단이 처음으로 참가한다고 말했다. “31일 출국해서 요코하마의 정경모 선생을 방문한 뒤 다음날 도보순례에 나선다. 이를 위해 종이학 3000개를 접었다. 일본 쪽에선 시민단체 봉선화 소속 30여명이 함께한다. 이어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 피해를 당한 후쿠시마 이와키 마을도 찾아가 주민들을 위로하고 연대의식을 다진다. 모두 피해자인 두 나라 씨알들이 상호 유대를 통해 국가폭력에 대처하고 이를 없애가자는 취지다.”
2003년 일본변호사협회가 조선인 학살 사건 조사와 희생자 유족에 대한 사죄를 권고했음에도 일본 정부는 지금껏 사건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적도 사과한 적도 없다. 마치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만행과 마찬가지다.
재단 대표단의 참가에 대해 김 이사장은 “그로 인해 재생산돼온 한일간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특허법인 유미의 대표 변리사로, 2007년 재단을 설립한 그는 “그동안 연구와 강의, 출판 중심으로 재단을 운영해왔으나 앞으로는 현실참여적 활동을 더 다각화하면서 씨알들의 아픔에 동참하려 한다. 이번 도보순례 참가도 그런 시도의 하나”라고 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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