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사키 우케루 전 일 외무성 국장
[짬] 동북아역사재단 강연차 서울 온
마고사키 우케루 전 일 외무성 국장
마고사키 우케루 전 일 외무성 국장
“아베 총리는 100점 만점에 30점, ‘아베노믹스’(아베 정권 경제정책)는 60점 정도다. 한데 아베노믹스도 지금까진 그래도 괜찮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다. 점수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까지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을 앞당겨 써버렸기 때문에 더 쓸 돈도 없다. 그런데 소비는 줄고 있는데 소비세는 더 올려야 하고,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출도 오히려 줄고 있다.”
일본 외무성 고위관료 출신의 외교·안보 문제 전문가인 마고사키 우케루(71·사진).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 <일본의 영토분쟁> <보수의 공모자들-일본 아베 정권과 언론의 협작> 등의 저작으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그는 일본의 수출이 늘지 않는 건 일본 기업들의 생산거점 해외 이전 탓이 크다고 했다. 동북아역사재단 주최 강연 ‘영토문제와 한-일 관계’ 등을 위해 방한한 그를 강연 전날인 18일에 만났다. 그는 소비세 인상과 원자력발전(원전) 재가동,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헌법 해석을 통한 집단자위권 발동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분명 모두 반대가 찬성보다 더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를 강행하는 아베 정권 지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오는 건 “매스컴(언론)이 모두 아베 지지 일색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란 주재 대사·방위대 교수 역임
NHK 출연금지 인물
7만5천 팔로어 지닌 트위터리안 “원전 재가동·집단자위권 등 현안
내부 여론 분명 반대 더 많지만
매스컴선 모두 아베 지지 일색 한국 야당 엉망이나 나름 역할
일본은 야당 자체가 궤멸했다
미국이 압박해야 아베 변할 것” 그는 그 이유를 “노골적인 보도통제 탓”으로 돌렸다. “아베 정권은 비판자들에 대해서는 자리를 빼앗아버리고 지지자들에겐 정보를 흘려준다. 이런 회유와 협박이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자행된다. <엔에이치케이>(NHK) 같은 공영언론뿐만 아니라 <아사히> 등 민간 보도기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엔터테인먼트(오락) 요소가 강한 프로들의 제작 피디들에 대해서도 사전에 집단자위권 등 정권에 불리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선 얘기가 나오지 않게 하라고 주의를 준다. 말 안 들으면 자리에서 쫓아낸다. 그러니 다들 아무 소리 못한다.” 옛소련과 미국, 영국 등 서방 주요국 주재 일본대사관에서 근무했고 이란 주재 대사를 지냈으며, 외무성 국제정보국장과 방위대학 교수를 역임한 마고사키는 “‘국경 없는 기자단’이 2014년 세계 보도의 자유 순위에서 일본을 59위로, 한국(57위)보다도 못한 나라로 발표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엔에이치케이> 출연 금지 인물로 찍혔지만, 7만5천여명의 팔로어를 지닌 트위터 이용자(@magosaki_ukeru)이자 파워블로거(http://ch.nicovideo.jp/magosaki)인 그 자신 만만찮은 영향력을 지닌 언론인이다. “10년 전과도 확연히 다르다. 그때에 비해서 일본 사회 하층 쪽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됐다. 종신고용이 무너졌고, 20~30대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다. 그들의 최저임금이 생활보호대상자 지원금 수준보다도 낮아 말썽이 된 적이 있을 정도다. 이런 형편 속에 중국과 한국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지고 있다. 중·한을 자극해서 잃을 (외교적) 손실보다 국내 정치적으로 당장 얻게 될 이익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본이 입게 될 손실이 훨씬 더 클 것이 자명한데도 “(아베 정권이) 그런 것까지 내다볼 줄 아는 역량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대로 갈 경우 일본의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져 아베가 기대려는 미국이 동아시아 핵심 파트너로 장차 일본보다는 중국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얘기에, “그건 이미 현실”이라고 했다. “미국의 군사안보 관계자들을 뺀 일반 국민과 정치인들은 이미 일본보다 중국이 미국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산업이나 금융 등의 분야에서는 중국 중시가 이미 일반화돼 있다”고 답한다. 일본의 대외교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5%에 지나지 않는 데 비해 중·한·대만 쪽 비중은 38.8%나 된다고 했다. 이런 변화에 따른 미국의 대중국관의 변화는 동아시아 정세 전반에 장차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오게 될 것이라는 데 그는 동의했다. 그가 보기에 일본의 문제는 “이 사실을 아베 정권이나 일본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데 있다. “더 큰 문제는 매스컴이다. 언론은 오로지 아베가 바라는 게 무엇이며, 미국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가 보도 기준이다. 아베와 미국이 바라지 않는 것은 보도하지 않는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으려는 일본의 문제 뒤에는 언론의 편향보도가 있고 또 그 뒤에는 아베 정권의 전례 없는 보도통제가 있다는 얘기다. 아베 등 우익이 1세기 전의 ‘대일본제국’ 부활을 그리며 후쿠자와 유키치의 ‘탈아입구’ 노선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에 그는 “후쿠자와식 탈아입구 정책의 대전제는 중국과 한국의 쇠락”이라며, “그럴 때는 탈아입구가 일본에 유리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거꾸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 이제 일본엔 중·한·대만과 손잡고 가는 게 훨씬 더 이익이다. 그런데 아베와 일본 국민 다수는 이를 제대로 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려 한다.” 잘나가던 팍스자포니카에 대한 향수 때문인가? “그것보다는 미국 때문이다. 조지프 나이 등 미국 내 보수파들과 일본의 보수파들, 즉 오랜 유착관계를 형성해온 양국의 미-일 관계 중시 기득권층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거기에 반대할 경우 불이익을 당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한국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마고사키는 그래도 한국이 낫다고 했다. “일본에는 아베 정권 보도통제에 대한 반대자들을 품고 조직할 주체가 아예 없다. 한국 민주당 역시 엉망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역할을 한다. 일본은 야당 자체가 궤멸됐다. 야당의 완전 분열 상태에서 투표할 정당 자체가 없다. 리버럴했던 노조도 옛날 얘기다. 지금은 노조가 친기업 세력이 됐다. 답답한 상황이다.” 일본 아베 정권을 바꾸려면 일본에 대한 영향력이 큰 미국 군부·군산복합체의 일본 재무장 지원이 결국 미국에도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 미국이 아베 쪽에 우편향을 그만두도록 압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또 한 권의 책 <진주만으로 가는 길>을 쓰고 있다. 과거 러일전쟁 때부터 망국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일본이 지금 또다시 그 길을 가려 하고 있는 데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단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NHK 출연금지 인물
7만5천 팔로어 지닌 트위터리안 “원전 재가동·집단자위권 등 현안
내부 여론 분명 반대 더 많지만
매스컴선 모두 아베 지지 일색 한국 야당 엉망이나 나름 역할
일본은 야당 자체가 궤멸했다
미국이 압박해야 아베 변할 것” 그는 그 이유를 “노골적인 보도통제 탓”으로 돌렸다. “아베 정권은 비판자들에 대해서는 자리를 빼앗아버리고 지지자들에겐 정보를 흘려준다. 이런 회유와 협박이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자행된다. <엔에이치케이>(NHK) 같은 공영언론뿐만 아니라 <아사히> 등 민간 보도기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엔터테인먼트(오락) 요소가 강한 프로들의 제작 피디들에 대해서도 사전에 집단자위권 등 정권에 불리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선 얘기가 나오지 않게 하라고 주의를 준다. 말 안 들으면 자리에서 쫓아낸다. 그러니 다들 아무 소리 못한다.” 옛소련과 미국, 영국 등 서방 주요국 주재 일본대사관에서 근무했고 이란 주재 대사를 지냈으며, 외무성 국제정보국장과 방위대학 교수를 역임한 마고사키는 “‘국경 없는 기자단’이 2014년 세계 보도의 자유 순위에서 일본을 59위로, 한국(57위)보다도 못한 나라로 발표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엔에이치케이> 출연 금지 인물로 찍혔지만, 7만5천여명의 팔로어를 지닌 트위터 이용자(@magosaki_ukeru)이자 파워블로거(http://ch.nicovideo.jp/magosaki)인 그 자신 만만찮은 영향력을 지닌 언론인이다. “10년 전과도 확연히 다르다. 그때에 비해서 일본 사회 하층 쪽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됐다. 종신고용이 무너졌고, 20~30대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다. 그들의 최저임금이 생활보호대상자 지원금 수준보다도 낮아 말썽이 된 적이 있을 정도다. 이런 형편 속에 중국과 한국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지고 있다. 중·한을 자극해서 잃을 (외교적) 손실보다 국내 정치적으로 당장 얻게 될 이익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본이 입게 될 손실이 훨씬 더 클 것이 자명한데도 “(아베 정권이) 그런 것까지 내다볼 줄 아는 역량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대로 갈 경우 일본의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져 아베가 기대려는 미국이 동아시아 핵심 파트너로 장차 일본보다는 중국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얘기에, “그건 이미 현실”이라고 했다. “미국의 군사안보 관계자들을 뺀 일반 국민과 정치인들은 이미 일본보다 중국이 미국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산업이나 금융 등의 분야에서는 중국 중시가 이미 일반화돼 있다”고 답한다. 일본의 대외교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5%에 지나지 않는 데 비해 중·한·대만 쪽 비중은 38.8%나 된다고 했다. 이런 변화에 따른 미국의 대중국관의 변화는 동아시아 정세 전반에 장차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오게 될 것이라는 데 그는 동의했다. 그가 보기에 일본의 문제는 “이 사실을 아베 정권이나 일본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데 있다. “더 큰 문제는 매스컴이다. 언론은 오로지 아베가 바라는 게 무엇이며, 미국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가 보도 기준이다. 아베와 미국이 바라지 않는 것은 보도하지 않는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으려는 일본의 문제 뒤에는 언론의 편향보도가 있고 또 그 뒤에는 아베 정권의 전례 없는 보도통제가 있다는 얘기다. 아베 등 우익이 1세기 전의 ‘대일본제국’ 부활을 그리며 후쿠자와 유키치의 ‘탈아입구’ 노선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에 그는 “후쿠자와식 탈아입구 정책의 대전제는 중국과 한국의 쇠락”이라며, “그럴 때는 탈아입구가 일본에 유리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거꾸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 이제 일본엔 중·한·대만과 손잡고 가는 게 훨씬 더 이익이다. 그런데 아베와 일본 국민 다수는 이를 제대로 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려 한다.” 잘나가던 팍스자포니카에 대한 향수 때문인가? “그것보다는 미국 때문이다. 조지프 나이 등 미국 내 보수파들과 일본의 보수파들, 즉 오랜 유착관계를 형성해온 양국의 미-일 관계 중시 기득권층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거기에 반대할 경우 불이익을 당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한국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마고사키는 그래도 한국이 낫다고 했다. “일본에는 아베 정권 보도통제에 대한 반대자들을 품고 조직할 주체가 아예 없다. 한국 민주당 역시 엉망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역할을 한다. 일본은 야당 자체가 궤멸됐다. 야당의 완전 분열 상태에서 투표할 정당 자체가 없다. 리버럴했던 노조도 옛날 얘기다. 지금은 노조가 친기업 세력이 됐다. 답답한 상황이다.” 일본 아베 정권을 바꾸려면 일본에 대한 영향력이 큰 미국 군부·군산복합체의 일본 재무장 지원이 결국 미국에도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 미국이 아베 쪽에 우편향을 그만두도록 압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또 한 권의 책 <진주만으로 가는 길>을 쓰고 있다. 과거 러일전쟁 때부터 망국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일본이 지금 또다시 그 길을 가려 하고 있는 데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단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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