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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일본을 지배하는 ‘공기’, 내셔널리즘

등록 2014-08-24 20:20

<일본 내면 풍경>
<일본 내면 풍경>
일본 내면 풍경

유민호 지음
살림·1만5000원

일본어에 “공기를 읽지 못한다”는 표현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분위기 파악 못한다”는 뜻이다.

<에스비에스>(SBS) 기자 출신으로 일본 차세대 리더 양성이 설립 목적인 ‘마쓰시타정경숙’에서 공부한 지은이는 이 표현에 등장하는 ‘공기’라는 단어를 일본 사회를 읽는 열쇳말로 본다. 분위기와 흐름 속에서 의사 결정이 진행되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 현상이지만, 유독 일본 사회가 공기에 민감하다고 설명한다. 어떤 공기가 형성되면 누가 결정을 내렸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는 곳이 일본이다. 일본 해군 수뇌부 모두 2차 대전 때 항공모함의 시대에 거대 전함을 만드는 게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미국에 대항할 전함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기 때문에 세계 최대 전함 야마토를 건조했던 사실은 대표적 예다.

지은이는 지금 일본을 지배하는 ‘공기’는 내셔널리즘이라고 진단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두번째 내각을 출범한 2012년 12월 이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헌법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같은 우경화가 눈에 부쩍 띄는데, 아베 총리가 아니더라도 일본의 우향우는 이미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인들 눈에는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망언을 일삼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나 아베 총리 같은 인물들이 특별히 문제적이라고 보이겠지만, 그들은 대중 내셔널리즘을 이용하는 배우들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지금 일본의 우향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에 출생한 ‘버블 세대’다. 버블 세대는 일선에서 물러난 ‘단카이 세대’(1945년부터 1950년대 초반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와는 달리 일본의 과거 침략사에 무지하다. 고도 경제성장 수혜를 입고 자란 버블 세대는 애초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를 별로 갖고 있지 않았지만, 중국과 한국에 맞서려는 과정에서 감성에 쉽게 호소하는 우향우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대외적으로도 지지세력이 많은데, 배경에는 일본 문화라는 소프트 파워가 있다. 국제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의도가 일본의 우경화를 떠받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을 행동대로 삼아 중국을 견제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확고하게 지지하며 유도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방침은 모르는 척, 상관없는 척하는 것이라는 게 지은이의 평가다.

<일본 내면 풍경>은 신랄한 책이다. 한국이 일본에 대해서 보고 싶은 면만 보려 한다고 꾸짖는다. 일본 사회를 보는 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한반도 유사사태 때 일본 자위대가 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지금 지은이의 주장이 호들갑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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