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교양 잠깐독서
브누아트 그루 지음,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1만2000원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연단에 오를 권리도 있다.” 1791년 프랑스혁명기에 이런 도발적인 주장을 한 여성이 있었다. 이름은 올랭프 드 구주. 누구의 부인으로 불리길 거부하며, 스스로 이름을 지어 사용했다. 언론인 브누아트 그루가 쓴 <올랭프 드 구주가 있었다>는 올랭프 드 구주의 타협을 거부했던 삶을 다룬 책이다. 올랭프 드 구주의 원래 이름은 마리 구즈로 귀족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16살 때 자신이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던 나이 많은 요리사와 결혼했으나, 결혼 이듬해 남편이 사망했다. 과부가 된 그는 자유를 되찾았다고 느꼈으며, 이후 결혼하지 않았다. 돈 많은 남성과 결혼할 기회가 있었지만 거부했다. 32살 때부터 희곡과 선언문 등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문맹이었기 때문에 비서를 통해 구술하는 방식으로 글을 발표했는데, 내용은 여성의 인권 문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당대 남성 지식인들보다도 진보적인 내용을 주장했다. 최초로 흑인 노예제도의 부당성을 지적한 극작인 <자모르와 미르자>를 발표했다. 이혼할 권리를 주장했고 사회사업과 노인을 위한 시설, 노동자 집합소를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남성 혁명가들은 그에게 연단에 오를 권리는 박탈하면서도 그를 단두대로 보냈다. 프랑스에서 여성의 참정권은 1946년에 허용됐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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