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살인사건 뒤의 묵직한 문제의식

등록 2014-09-28 22:41

9월 29일 교양 잠깐독서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자음과모음·1만3800원

히가시노 게이고의 ‘등단 30주년 기념작’ <공허한 십자가>는 길지 않은 분량에 진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두건의 살인사건이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며 죄와 벌, 살인과 사형제 같은 주제들을 제기한다. 여기에 교화와 속죄, 생명권과 낙태 권리 같은 미묘하고 섬세한 문제들이 가세하기 때문에 독자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확인하는 것에 못지않게 작가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는다.

주인공 나카하라 미치마사가 경찰의 연락을 받는다. 전화를 건 이는 11년 전 살해당한 딸의 사건을 담당했던 사야마. 이번에는 딸의 죽음 뒤 이혼한 전처 사요코가 살해당했다는 것. 아내는 그사이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는 한편 ‘사형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라는 책 원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딸을 죽인 범인이 사형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재판 과정을 견뎠던 나카하라와 사요코였다. 그렇지만 사형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사형은 무력하다”는 변호사의 말은 사요코의 책에 커다란 논리적 구멍을 뚫어 놓는다. 더 나아가 죄인을 처형하거나 교도소에 가두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사회에서 속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옳은지, 생명권이 우선인지 낙태 권리도 마찬가지로 소중한지에 관한 주장까지 맞서면서 소설은 진지하고도 복합적인 울림을 준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