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자문기구 의견 외면
‘남녀간 사랑’으로 되돌아가
‘남녀간 사랑’으로 되돌아가
국립국어원이 심의기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표준국어대사전의 ‘사랑’에 대한 뜻풀이를 이성애 중심으로 바꿨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국립국어원이 공식 심의기구인 ‘표준국어대사전 정보보완심의위원회’의 의결을 묵살하고 민현식 원장 주도 아래 ‘사랑’의 뜻풀이를 수정했다고 9일 밝혔다. 국어원은 2012년 10월 ‘사랑’의 뜻풀이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민원을 받아들여 이를 성중립적으로 수정한 바 있다. 하지만 그뒤 기독교단체 등이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항의성 민원을 내자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란 뜻풀이를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 의원 쪽 자료를 보면, 국어원은 지난해 10월 표준국어대사전에 대한 보완 및 수정 사항을 다루는 심의 기구인 ‘정보보완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참석 위원 7명 전원은 “2012년에 바꾼, 현재 풀이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며 “수정을 해야한다면 시일을 두고 충분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다음달 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도 여러 의견이 맞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국어원은 두달 뒤 ‘사랑’에 대한 네번째 뜻을 ‘남녀’에 대한 것으로 바꿨다. 정 의원은 “국립국어원이 일부 생각이 다른 사람이나 일부 종교의 민원에 휘둘려 국제적 흐름이나 시대에 뒤떨어진 의견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심의위원회가 ‘앞으로의 결정은 국어원의 것을 따르겠다’는 의견을 덧붙였고, 자문회의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왔기 때문에 원장이 최종 판단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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