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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쿠오바디스 한국 재벌

등록 2014-10-12 21:52

이봉현 미디어전략부국장
이봉현 미디어전략부국장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한국의 경제학자들
이정환 지음
생각정원 펴냄(2014)
장하준 교수와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함께 지낸 적이 있다. 가끔 점심, 저녁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내가 계속 궁금했던 것은 외국에서 살면서 어떻게 한국 사회에 대해 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였다. 장 교수는 10여년 전 2년 남짓 고려대에서 교환교수 생활을 한 적이 있을 뿐 20대 후반에 유학 와서 지금까지 영국에서 살고 있다. 장 교수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는 하지만, 사회과학자가 주된 연구 대상과 오래 떨어져 있는 것은 약점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재벌에 대한 장 교수의 독특한 관점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궁금했다. 단정할 성격은 아니지만 케임브리지에서 석·박사 학위를 하던 시기에 함께 유학생활을 한 한국 친구들의 영향이 컸을 것이란 게 나의 결론이었다. <매일경제> 기자를 하다 케임브리지대로 유학해 경제학을 공부한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최근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을 인터뷰해서 대우 해체와 IMF 체제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책을 썼다),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다 런던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박홍재 현대자동차 부사장(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 같은 이들과 어울리며 많은 얘기를 했다고 한다. 만약 같은 시기에 김상조 교수(한성대)나 김기원 교수(방송대) 같은 이가 그곳에 있었다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말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장하준은 재벌체제를 일단 긍정하는 점에서 보통의 진보 경제학자와 다르다. 모험적 투자로 개발연대를 이끈 역동성을 살려야 한국 경제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외국 금융자본의 대척점에 국내 자본을 위치지우는 점에서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드러내기도 한다. 주주 자본주의의 공세에 맞서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재벌을 보는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재벌의 역사적 구실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 개혁 방안에 이르기까지 ‘백가쟁명’의 논쟁이 있어왔다. 김상조 교수는 재벌이 성장의 주역이기는커녕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본다. 장하성 교수(고려대)는 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한 주주행동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벌어진 재벌 개혁 논쟁의 쟁점과 논리의 층위를 추적 분석한 책이다. 가장 왼쪽에서 가장 오른쪽까지 30여명에 이르는 경제학자의 이론적 지형과 주요 쟁점을 입체적으로 재구성, 재해석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난마와 같은 논리의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무엇보다 학자들 사이에 이리도 시각이 다를까 싶을 만큼 큰 인식의 간극을 확인하게 된다. <미디어오늘> 경제부장인 저자 역시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할 뿐 계속해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건희 이후 삼성에 관한 7가지 시선들’이란 부제가 보여주듯 이건희 회장의 와병과 3세 승계라는 비상한 계기에 재벌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쓴 책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 초반으로 줄어들자 우리 산업 기반이 붕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재벌, 비록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 그들을 또 쳐다보게 되는 게 우리의 아픈 현실이다.

이봉현 미디어전략부국장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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