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의 일본 견문록
강재언 지음. 이규수 옮김. 한길사 펴냄. 1만4000원.
강재언 지음. 이규수 옮김. 한길사 펴냄. 1만4000원.
잠깐독서
조선통신사에 대한 책은 이미 적지 않다. 한-일 관계사에서 조선통신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재일사학자 강재언이 펴낸 <조선통신사의 일본 견문록>은 그 결정판이다.
사절단이 일본을 오가며 남긴 각종 기록과 문헌을 섭렵해 조선통신사의 실체를 담백하게 드러냈다. 이를 통해 전근대 시기 동북아 관계사가 생생히 살아난다. 크게 보면, 임진왜란과 일제강점 사이에 존재했던 짧고도 위태로왔던 ‘교린’의 관계사가 곧 조선통신사의 역사다. 조선통신사는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려는 노력이자, (결국은 실패했지만) 또다른 전쟁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임란 때 일본군은 일본 사절의 한양 방문길을 따라 단시간에 조선을 장악했다. 이 때문에 임란 이후 조선은 일본 사절단의 내륙 여행을 금지하고 부산 왜관에만 머물게 했다.
그러나 일본은 교류를 원했다. 조선을 불러들이는 길밖에 없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를 주도했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통신사는 모두 12차례에 걸쳐 일본을 방문했다. 그 대부분이 일본의 수도 에도를 찾았다. 300-5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사절단이었다. 일본은 1천명이 넘는 인원과 막대한 재정을 들여 이들을 맞았다.
에도 시대 각 막부가 조선통신사를 대접한 방식은 “미묘하게 변해가는 양국관계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선통신사의 역사를 읽는 것은 한-일관계사가 어떻게 선린과 침략의 경계에서 동요했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무(武)와 불(佛)을 중심으로 했던 일본은 조선통신사를 통해 유학을 만났다. 무력분쟁을 피하고 글을 통해 경쟁하려 했던 한·일 문인들의 만남은 전근대의 한-일관계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목이다. 그 ‘재현’에 대한 꿈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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