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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원전이익공동체 먹이사슬을 파헤치다

등록 2014-10-23 20:52

원전 홍보 및 로비에 들어간 돈은 결국 전기료의 형태로 국민들이 부담하게 된다. 사진은 재가동을 둘러싼 ‘사전공모’가 벌어지고 있는 사가현 겐카이 원전. 나름북스 제공
원전 홍보 및 로비에 들어간 돈은 결국 전기료의 형태로 국민들이 부담하게 된다. 사진은 재가동을 둘러싼 ‘사전공모’가 벌어지고 있는 사가현 겐카이 원전. 나름북스 제공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 르포
원전홍보비용도 결국 국민이 낸다
원전마피아
신문 아카하타 편집국 지음
나름북스·1만5000원

“일본의 절반이 날아갈 뻔했다.”

지난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 쓰나미에 휘말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멜트다운’(원자로 안의 핵연료가 녹아내림) 사고를 일으킨 뒤, 그때 일본 총리를 맡고 있던 간 나오토는 사고의 심각성을 뒷날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일본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6기를 포함해 모두 54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었다. 지진이 많은 땅에 일본은 어떻게 그 많은 원전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일까?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형성된 강한 원전 반대 여론을 모른 척하고 일본 정부와 정치권, 전력회사들은 원전을 재가동하려고 왜 그토록 애를 쓰고 있는 것일까?

<아카하타> 편집국 기자들이 쓴 <원전마피아-이권과 종속의 구조>는 ‘일본의 원전이익공동체가 어떻게 스스로를 살찌우고 그 패권적 지위를 유지해왔는지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듯 쓴 르포 모음집’이다. 일본에서 130만명이 구독하는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는 원전 사고가 일어난 이듬해 ‘원전의 심층’이란 주제의 특집을 연재했는데, 책에 이 특집기사들을 다듬어 엮었다.

“후쿠시마 원전이 있는 후쿠시마현의 경우 2009년까지 누적된 교부금이 2717억엔(약 2조7000억원)이다.” 일본이 1974년부터 법에 따라 원전이나 관련 시설이 있는 지역에 주는 교부금은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무력화시키고 지방자치단체들을 원전 추진에 가담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매수자금이다. 전력업체들로 구성된 전기사업연합회(전사련)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15기의 원전에 있는 후쿠이현에는 그동안 3245억엔의 교부금이 지급됐다. 그렇다고 지역 경제가 발전한 것은 아니다. 쓸모없는 시설만 잔뜩 지은 까닭이다. “1979년부터 2009년까지 후쿠이현 쓰루가시에서는 시에 소재해 있던 제조업체 가운데 절반이 사라졌다.” 쓰루가시는 2009년에도 100억엔의 교부금을 받았다.

책은 전력업체들이 정치자금으로 정치권을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여준다. 전력업계는 철강, 금융업계와 더불어 ‘정치자금 3대 명가’로 불려왔다. 정치권은 원전 건설 확대와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보답했다. 기업들이 정치자금을 직접 내지 않게 된 이후로는 기업의 임원들이 개인 기부금 형태로 정치권에 자금을 댄다. “전기요금은 인건비·연료비 등에 일정 이윤을 더한 이른바 총괄원가에 근거”해 정해지는 까닭에 전력회사들은 돈을 벌기가 쉽다. 원전 건설을 촉진하는 비용은 원가에 고스란히 포함돼,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일본에서 원전 추진의 장밋빛 미래를 설파하면서 대대적인 여론전을 시작하고 재계를 결집시킨 것은 <요미우리신문>의 전 사주 쇼리키 마쓰타로였다. 그 뒤 언론을 움직이는 힘은 전력업계의 광고비에서 나온다. 2011년 7월 중의원 회의에서 야기 마코토 전사련 회장은 “광고선전비는 과거 5개년 동안 평균 약 20억엔 정도”였다고 대답했다. <원전마피아>는 “전사련이 움직이는 자금은 20억엔 정도가 아니라 5000억엔 이상이라고 지적하는 관계자도 있다”고 전한다. 원전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학계에서도 발붙이기 어렵다. 방사능 전문가인 안자이 이쿠로 리쓰메이칸대 명예교수는 정부 원자력 정책을 비판하다 도쿄대 의학부에서 1969년부터 1986년까지 승진 없이 조교(한국의 조교수)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는 쉼없이 감시와 미행을 당했다.

원전의 심층에는 ‘에너지 분야의 대미 종속 구조’와 함께 ‘재계, 정계, 관계, 학계, 언론 등의 유착구조인 원전이익공동체’라는 어둠이 있다는 게 <원전마피아>가 내린 결론이다. 많은 이들이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돈뭉치’와 ‘감시와 차별’의 구조 속에서 그것은 묻혀졌다. 그리고 절대 안전하다던 원전은 결국 엄청난 사고를 냈다.

일본을 뒤따라 공격적으로 원전을 건설해온 한국의 원전은 안전한가? 최소한 안전하게 관리는 되고 있는가? <원전마피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불안감, 지난해 터진 대규모 원전 비리를 확인한 한국인들이 왜 원전에 여전히 높은 비율로 찬성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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