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임경선 지음/예담·1만2000원 연애와 인간관계에 대한 칼럼을 많이 써왔던 지은이는 첫 장편소설 <기억해줘>에서 사랑과 상처라는 주제를 파고든다. 소설은 30대 남성 해인이 미국 고등학교 시절 이성 친구였던 안나를 미국에서 재회하는 내용을 기본 틀거리로 하고 있다. 해인은 교수 부모를 둔 섬세한 소년이었다. 해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부족할 게 없어 보이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다. 반면, 안나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다소 조숙하고 반항적인 면이 있는 소녀였다. 안나는 “해인아, 난 말이야, 다분히 형식적이라도 평범한 가정을 동경했어. 아마도 너 같은 애들은 지긋지긋해하는 평범한 가정 말이야.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것도 책임을 느끼고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거니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해인도 어렸을 때 여동생의 죽음을 경험하고, 고등학생 때는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을 겪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 듯한 둘은 모두 나름의 상처를 안고 있었다. 지은이는 작가의 말에서 “시간이 흘러 조금은 성숙해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지옥을 내면에 품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 나를 사로잡은 것은 불평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과 고독을 삼키며 혼자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해석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그저 이야기의 형태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적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