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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교과서·독도 등 갈등 한국과 일본은 공범?

등록 2005-09-22 18:05수정 2005-09-23 14:26

화해를 위해서<br>
박유하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1만원
화해를 위해서
박유하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1만원
박유하 교수(세종대 일문과)는 말하자면 ‘지일파’라 할 수 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일본 유학길에 올라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그 뒤 저술과 번역, 출판 기획과 학술 모임 등을 통해 한국에 일본을 알리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그의 두 번째 한국어 저서인 <화해를 위해서>는 한·일 두 나라 사이에서 양쪽을 소개하고 이해 및 화해시키고자 하는 작업의 소산이다. 교과서, 위안부, 야스쿠니신사, 그리고 독도라는 네 가지 소재를 다루는 이 책에서 지은이 박 교수가 취하는 관점은 ‘사이’ 또는 ‘경계’의 그것이라 할 만하다. 그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더 나아가 한국 내부의 어떤 ‘사이’와 일본 내부의 어떤 ‘사이’에서 발언하고자 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사태에 대한 본질주의적이며 민족주의적인 접근방식을 경계하고자 한다. “‘일본’이나 ‘한국’이라는 이름을 호명하기 전에 일본의 누가, 한국의 누가, 그리고 그들의 어떠한 사고가, 내부/외부의 타자를 지배와 폭력의 대상으로 삼도록 했는가를 섬세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한쪽의 일방적인 책임 추궁과 다른 한쪽의 뻔뻔한 책임 회피가 아니라 “한일이 함께 ‘책임’과 연대의 주체가 될 때” 두 나라 사이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은 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박 교수의 그런 지적은 일단 옳다. 특히 우리 안의 맹목을 지적하며 사태의 복합적인 측면을 이해해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경청할 대목이 적지않다. 그러나 구체적 사안에 대한 진단과 처방으로 들어가면 수시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가령 그는 “일본의 군사화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는 미군 기지촌의 존재를 거론하면서 “한국과 일본은 공범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위안부들이 이른바 ‘상업적’ 여성들과 자신들을 구별하는 것 역시 차별적 시선의 소산”이며 “정대협(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과 위안부의 발언이 특권적인 정치적 올바름이 되어 있”는 현실을 비판한다. 독도 문제의 해결책으로 “독도를 양국의 공동영역으로 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한다. 그의 논리에서는 침략자 일본과 피지배자 한국이 등가로 취급된다. 양쪽이 다 잘못을 저질렀고 똑같이 참회해야 한다는 식이다.

독도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는 “소통하기 위한 경계가 되어야 한다”고 쓰는데, 그것은 ‘지일파’인 자신의 처지를 독도에 투사한 발언으로 읽힌다. 그러나 그의 글에서 엿보이는 이상주의 또는 근본주의는 역사적·현실적 맥락과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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