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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정가에선 고이즈미 줄서기…서점에선 야스쿠니 책열풍

등록 2005-09-22 18:23수정 2005-09-22 18:23

야스쿠니 문제<br>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지쿠마 서방 펴냄. 2005년
야스쿠니 문제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지쿠마 서방 펴냄. 2005년
‘전쟁동원 장치’ 비판부터 ‘당당히 지켜야 한다’는 옹호론까지 다양 30만부 베스트셀러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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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말이 야스쿠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9·11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올해 일본 서점가도 야스쿠니 열기로 뜨겁다.

가장 눈길을 끄는 책은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철학)가 지난 4월에 펴낸 <야스쿠니 문제>다. 지금까지 30만부 이상 발매돼, 이런 종류의 책 가운데 보기 드물게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섰다. 야스쿠니 인식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 도드라지는 부분은, 야스쿠니 문제를 다루기 어렵게 만드는 전사자 유족들의 감정에 메스를 들이대 야스쿠니의 본질을 집어냈다는 것이다. 그는 “남편이(아버지가) 전사하면 반드시 야스쿠니에 모셔질 것으로 믿고 전장으로 나갔다” “야스쿠니를 매도하는 말을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등 유족의 격렬한 발언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야스쿠니는 전사자를 기림으로써 새로운 전쟁 동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라고 지적했다. 호국 영령으로서 합사되는 것은 전사라는 슬픔을 기쁨으로, 불행을 행복으로, 유족감정을 180도 바꿔놓는다. 이것이 바로 야스쿠니 신앙의 토대인 “감정의 연금술”인 것이다.

이 책은 이어 야스쿠니 문제를 역사인식, 종교, 문화의 다양한 각도에서 파헤쳤다. 먼저 야스쿠니가 침략전쟁의 동원기제였던 만큼 문제를 에이(A)급 전범에 국한해선 안된다는 게 다카하시의 주장이다. 에이급 전범 합사 여부로 역사인식을 묻는 것은 문제를 지극히 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분사시킨 뒤 야스쿠니에 일왕·총리·국민이 참배하게 되면 이들에게 책임을 집중시키는 대신 일왕과 일반 국민들의 전쟁책임은 불문에 부치는 셈이 된다. 따라서 에이급 전범 분사론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의 명분으로 일본의 독특한 ‘사생관’을 들면서 문화와 전통의 차이를 입버릇처럼 거론하는 데 대한 비판 또한 매섭다. “죽으면 모두 부처님”이라는 식의 ‘죽은 이와의 공생감’이 일본의 문화라면 왜 야스쿠니에선 일본인 가운데서도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군속만 떠받들까? 일왕에 반기를 들었던 사람들이나 민간인 전사자 등이 배제시킨 것은 문화론을 뛰어넘은 “국가의 정치적 의지”라고 그는 강조했다.

야스쿠니 문제의 유력한 해결책으로 거론돼온 ‘누구나 거리낌없이 참배할 수 있는’ 별도의 국립추도시설 건립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눈길을 끈다. 그는 국가가 주도하는 전몰자 추도 메커니즘의 속성에 주목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을 호국 영령으로 받들어 전쟁에 국민을 동원하는 구실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새 추도시설이 아무리 반전·평화를 내건들 ‘제2의 야스쿠니’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경고했다.


결국 문제는 “시설이 아니라 정치”라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국립전쟁희생자 추도소의 성격이 정치체제의 변동에 따라 얼마나 바뀌어왔는지를 실례로 들기도 했다. 이 책은 맺음말에서 시설 건립이 아니라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정치를 바꾸는 일에서 해결책을 찾도록 권고했다. 총리 참배와 같은 국가와 야스쿠니의 유착을 완전히 끊고, 유족이 원하는 전몰자만 합사하며, 헌법의 전쟁포기 정신을 담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탈군사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이 책이 제시한 ‘야스쿠니 해법’이다.

다카하시 교수에 비해 중도적 견해를 보이는 사람이 아카자와 시로 리쓰메이칸대 교수(근대일본사상사)다. 그는 최근 펴낸 <야스쿠니 신사>에서 야스쿠니의 회보들을 분석한 결과 “군국주의 문맥으로 말한 게 많지만 전후 평화주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 시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야스쿠니가 패전 직후에는 미 군정의 비군국주의화 정책에 따라 전쟁을 부정하고 위령 중심의 평화주의를 외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군인연금을 충분하게 지급받은 유족회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정교분리에 불만을 품은 신사 쪽이 가세하면서 갈수록 전전의 군국주의로 회귀하게 된 것으로 그는 분석했다. 따라서 일본과 주변국의 화해가 진행되면 야스쿠니가 다시 평화주의화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표적인 극우 성향의 책으로는 고바야시 요시노리가 지은 만화 <야스쿠니론>을 꼽을 수 있다. 전쟁 개시는 범죄가 아니라 정치의 한가지 수단이고, 전범은 죄인이 아니며, 야스쿠니는 조상숭배 신앙에 뿌리를 둔 것이므로 일본은 당당하게 야스쿠니를 지켜내는 역량을 되찾아야 한다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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