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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불가해한 기억 속으로

등록 2014-11-06 20:46

잠깐독서
그토록 순수한 녀석들
파트리크 모디아노 지음, 진형준 옮김
문학세계사·1만원

“우린 정말 순수한 녀석들이었는데….”

회상조의 소설 마지막 문장이 암시하듯, 우울한 색조의 이 자전적 소설(1982년작) 또한 “도무지 불가해한, 감추어진 인간의 운명을 그려보이는”(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 작품이다. 26년 전 소개된 한국어판을 새로 낸 소설은 화자가 10대를 보낸 기숙학교 친구들에 대한 기억을 불러내는 방식으로 ‘잃어버린 순수’를 찾아간다. “발베르 학생들은 설명이 불가능한 어떤 위선 같은 데 상처를 받았으며,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싸우고 있는 족속들이었다.” 그 시절은 생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었지만, 세월은 그들을 생의 모호함 속으로 떠민다.

‘나’는 현재 분장할 공간조차 갖지 못한 유랑극단 단역배우 처지다. 우연히 만난 선생님은 헐려버린 교정처럼 폐인이 됐으며, 20년 뒤 만난 샤렐은 마약중독자가 돼 있다.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맥 파울즈는 나이 서른에 봅슬레이 챔피언대회에서 죽고 만다. 퇴학을 맞고도 언제나 ‘유쾌한 손님’이었던 요트랑드는 우울한 ‘햄릿’이 된다. “나는 발베르 학교가 우리 모두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아무런 무기도 주지 않은 채 우리를 내버린 것이 아닌가 자문해 보았다.” 부서진 삶의 파편을 모아 붙이며 드러내는 생의 부조리가 아름다운 문장으로 인해 더욱 아리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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