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담 교수 ‘동아시아 문화선택 한류’ 펴내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사진)는 ‘한류’ 전문가다. 2001년부터 한류를 말했다. 한류와 관련된 각종 학술대회와 계간지 기획은 물론, 방송토론에도 빠지는 법이 없다.
그가 한류에 대한 그동안의 생각을 총정리한 <동아시아의 문화선택 한류>(펜타그램)를 펴냈다. 소소한 경험과 생각의 편린까지 다잡아 넣은, 한류에 대한 인문학적 에세이다.
백 교수는 한류의 ‘자본주의적 속성’에 눈감지 않는다. “동아시아 문화 관계망은 철저히 자본의 논리가 주도하고, 한류도 정확히 그 회로 속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분명히 또다른 특별함이 있다. 그것은 “불행한 동아시아의 과거를 넘어설 새로운 문화적 동력”이다.
그가 꼽는 ‘진짜 한류’는 월드컵과 촛불시위,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같은 것들이다. 여기에는 “식민지·분단·독재의 참혹한 세월 동안 일궈낸 관계지향의 문화, 역동적인 문화생산력이 존재”한다.
김민기의 <지하철 1호선>은 독일의 원작에 한국적 문제의식을 담아 전혀 새롭게 태어난 문화상품이다. <지하철 1호선>의 중국·일본 공연에서 동아시아인들은 질곡의 역사 속에 오히려 단련된 한국인의 독특하고도 창조적인 에너지를 ‘소비’하는 동시에 ‘갈망’했다.
백 교수는 여기서 “동아시아의 다원평등한 공존의 세상을 향한 이념적 가치지향”인 ‘문화적 지역주의’를 추출한다. 국가주의와 자본의 논리를 넘어 “한류를 다시 기획하자”는 제안도 여기서 비롯된다. 최근 한류가 잦아드는 징후는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경제논리와 기능적 대처로 문화산업 규모 늘리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한류에 대한 한국인들의 성찰이다. 그는 한류에 대한 한국인의 자부심을 ‘문화적 국수주의’로 폄훼하지 않는다. “이처럼 동아시아를 마음껏 휘돌아본적이” 없는 한국인들에게 한류는 식민과 독재의 질곡 아래서도 “싱그러운 사회적 생기와 생동하는 문화의 꽃밭을 가꾸어냈다는 자부심”과 직결된다. 이제 그 자부심을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공존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승화시킬 때라고 백 교수는 말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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