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현 미디어전략 부국장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
최태원 지음/이야기가있는집 펴냄(2014) 감옥에 간 재벌 회장이 고독으로 시간을 벼려 책을 낸다는 것은 어딘지 낯설다. 수염을 기른 초췌한 얼굴을 하고 휠체어에 실려 촌음도 있기 싫어 몸부림 쳤을 교도소를 뒤로하고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이 차라리 우리에게 익숙하다.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600일 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이 쓴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받아들었을 때 “이 책을 회장이 직접 쓴 것 맞냐?”고 묻는 것은 그래서 ‘합리적 의심’이다. 하지만 2009년부터 최 회장이 사회적 기업에 기울인 관심이나 활동을 볼 때 그가 썼으리라 믿는 게 그다지 경솔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최 회장은 에스케이에서만 한해 2천억원 이상 쓰이는 사회공헌 등 기업의 사회책임(CSR) 활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사회적 기업을 만났다고 한다. 2009년 한 대학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에 혼자 찾아가 강연을 듣고 메모를 하면서 무릎을 쳤다는 것이다. 이후 2010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토론자로 나서는 등 사회적 기업을 다루는 국내외 토론회와 포럼에서 활발히 생각을 개진해 왔다. 최 회장은 연구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기업을 에스케이의 사회책임 활동과 결합했다. 에스케이에 500억원의 사회적 기업 육성자금을 조성한 뒤 모두 16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취약가정 아이들에게 양질의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행복도시락’,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며 저소득층의 사교육 부담도 덜어주는 ‘행복한 학교’, 사회적 기업의 판로를 열어주는 소모성자재 납품업체 ‘행복 나래’ 등이 에스케이가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들이다. 최 회장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는 빈곤, 고용, 환경 문제 해결에는 기업처럼 혁신의 정신을 갖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이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정부의 공공성과 영리 기업의 효율을 두루 갖춘 융합조직이어서 정부 기능과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영역의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시작된 영국은 7만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어 100만개의 일자리, 연간 240억파운드(약 42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여기서 만들어진다.(‘Social Enterprise U.K.’ 보고서). 하지만 이렇게 장점이 많은 사회적 기업이지만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게 언제나 고민이다. 행복도시락 사업만 해도 부모가 일터에 나가 혼자 있는 아이와 한 번 더 ‘눈 맞춰 주는’ 큰 사회적 가치를 갖고 있지만, 행정적으로 편리한 전자급식카드에 밀려 아동도시락 시장이 위축되는 현실이다. 최 회장은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을 위해 이 책에서 자생력 있는 생태계 구축을 역설한다. 먼저 투자가 선순환하도록 사회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는 기준과 체계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최 회장 제안의 핵심은 사회적 가치를 많이 낸 기업에 보상하는 SPC(Social Progress Credit: 금전적 인센티브)의 도입이다. 물론 인센티브가 전부는 아니며 결국 이타적인 사람이 격려받고 힘을 내는 사회를 만드는 게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대기업 회장이 왜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쏟는지 의아해”하는 시선을 느끼지만, “우리 모두가 꿈꾸는 푸른 사회의 싹을 (사회적 기업에서) 보았다”는 최 회장. 재벌 회장의 옥중 수고는 어쨌든 참신하다. 이봉현 미디어전략 부국장 bhlee@hani.co.kr
최태원 지음/이야기가있는집 펴냄(2014) 감옥에 간 재벌 회장이 고독으로 시간을 벼려 책을 낸다는 것은 어딘지 낯설다. 수염을 기른 초췌한 얼굴을 하고 휠체어에 실려 촌음도 있기 싫어 몸부림 쳤을 교도소를 뒤로하고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이 차라리 우리에게 익숙하다.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600일 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이 쓴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받아들었을 때 “이 책을 회장이 직접 쓴 것 맞냐?”고 묻는 것은 그래서 ‘합리적 의심’이다. 하지만 2009년부터 최 회장이 사회적 기업에 기울인 관심이나 활동을 볼 때 그가 썼으리라 믿는 게 그다지 경솔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최 회장은 에스케이에서만 한해 2천억원 이상 쓰이는 사회공헌 등 기업의 사회책임(CSR) 활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사회적 기업을 만났다고 한다. 2009년 한 대학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에 혼자 찾아가 강연을 듣고 메모를 하면서 무릎을 쳤다는 것이다. 이후 2010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토론자로 나서는 등 사회적 기업을 다루는 국내외 토론회와 포럼에서 활발히 생각을 개진해 왔다. 최 회장은 연구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기업을 에스케이의 사회책임 활동과 결합했다. 에스케이에 500억원의 사회적 기업 육성자금을 조성한 뒤 모두 16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취약가정 아이들에게 양질의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행복도시락’,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며 저소득층의 사교육 부담도 덜어주는 ‘행복한 학교’, 사회적 기업의 판로를 열어주는 소모성자재 납품업체 ‘행복 나래’ 등이 에스케이가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들이다. 최 회장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는 빈곤, 고용, 환경 문제 해결에는 기업처럼 혁신의 정신을 갖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이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정부의 공공성과 영리 기업의 효율을 두루 갖춘 융합조직이어서 정부 기능과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영역의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시작된 영국은 7만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어 100만개의 일자리, 연간 240억파운드(약 42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여기서 만들어진다.(‘Social Enterprise U.K.’ 보고서). 하지만 이렇게 장점이 많은 사회적 기업이지만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게 언제나 고민이다. 행복도시락 사업만 해도 부모가 일터에 나가 혼자 있는 아이와 한 번 더 ‘눈 맞춰 주는’ 큰 사회적 가치를 갖고 있지만, 행정적으로 편리한 전자급식카드에 밀려 아동도시락 시장이 위축되는 현실이다. 최 회장은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을 위해 이 책에서 자생력 있는 생태계 구축을 역설한다. 먼저 투자가 선순환하도록 사회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는 기준과 체계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최 회장 제안의 핵심은 사회적 가치를 많이 낸 기업에 보상하는 SPC(Social Progress Credit: 금전적 인센티브)의 도입이다. 물론 인센티브가 전부는 아니며 결국 이타적인 사람이 격려받고 힘을 내는 사회를 만드는 게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대기업 회장이 왜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쏟는지 의아해”하는 시선을 느끼지만, “우리 모두가 꿈꾸는 푸른 사회의 싹을 (사회적 기업에서) 보았다”는 최 회장. 재벌 회장의 옥중 수고는 어쨌든 참신하다. 이봉현 미디어전략 부국장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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