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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생각하지 않는 죄

등록 2014-11-27 20:25

잠깐독서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밀턴 마이어 지음, 박중서 옮김
갈라파고스·1만8500원

처음에 독일인들은 공산주의와 국가사회주의(나치즘) 중 하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믿었다. 둘 다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평범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좀더 지나서는 나치가 과도한 행동을 할 때는 반대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처음엔 생각하지 않는 죄로 시작해 이웃에게 벌어지는 비극을 외면하던 그들은 결국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유대계 칼럼니스트 밀턴 마이어는 나치당원이었던 독일인 10명을 인터뷰해 이 책을 썼다. 크로넨베르크라는 작은 도시의 이발사나 빵집 주인이었던 이들의 죄를 묻자면 “히틀러가 무엇을 하려는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정확히 몰랐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정말 그것뿐이었을까?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독재국가의 국민들은 피해자이자 범죄자라는 생각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단지 주민으로, 교사로, 일개 판사로 자리를 지켰을 뿐 다른 아무 생각도 하려 하지 않았던 ‘평범한 악인들’은 침묵하고 동조함으로써 결국 공범이 되었다.

1955년에 처음 출판된 이 책에서 자세히 그려내는 평범한 독일 주민들의 서사는 뒷날 역사 속 악행은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는 것을 밝혀낸 한나 아렌트의 ‘평범한 악’ 개념과 일치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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