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김광현 지음/공간서가·2만8000원 “비움은 일상의 삶과는 무관하고 단 한번의 연출된 건축사진에만 남아 있는 거북한 비움이다.”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하는 이들이 피해야 할 말로, 비움, 침묵, 미학을 꼽는다. 시쳇말로 ‘있어 보이는’ 말의 허울을 그는 훌러덩 벗긴다. 건축이 ‘침묵’하면 세상에서 고립될 뿐, 시시하게 보이는 사소한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하는 게 건축이란다. ‘미학’이란 말도 본질을 적당히 뭉개는 수사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그럼, 좋은 건축은 뭐란 말인가? 40년간 건축계 중심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그는 흔히 통용되는 ‘건축은 종합예술’이란 명제를 단호히 거부한다. 건축은 ‘통섭’이라느니 ‘경계’라느니 하는 기묘한 논리로 만들어내는 선과 면의 지적인 조합이 아니며, 너저분한 우리 주변의 일상사를 가꾸는 실천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주가 초등학생이라 생각하고 지어지는 건축물, 즉 한 세대 뒤까지 유용한 건물이어야 한다. 그가 제시한 ‘공동성’이란 개념을 적용하면, 좋은 공공건축이란 공동체의 밖에 있는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을 찾아내야 한다. 김인철 서울건축포럼 의장은 추천사에서 “이 책은 어느 순간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아 숙성되지 못한 우리 시대 건축에 대한 반성문이며 연구실을 벗어난 넓은 사유와 언설이 무게를 갖는다”고 평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김광현 지음/공간서가·2만8000원 “비움은 일상의 삶과는 무관하고 단 한번의 연출된 건축사진에만 남아 있는 거북한 비움이다.”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하는 이들이 피해야 할 말로, 비움, 침묵, 미학을 꼽는다. 시쳇말로 ‘있어 보이는’ 말의 허울을 그는 훌러덩 벗긴다. 건축이 ‘침묵’하면 세상에서 고립될 뿐, 시시하게 보이는 사소한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하는 게 건축이란다. ‘미학’이란 말도 본질을 적당히 뭉개는 수사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그럼, 좋은 건축은 뭐란 말인가? 40년간 건축계 중심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그는 흔히 통용되는 ‘건축은 종합예술’이란 명제를 단호히 거부한다. 건축은 ‘통섭’이라느니 ‘경계’라느니 하는 기묘한 논리로 만들어내는 선과 면의 지적인 조합이 아니며, 너저분한 우리 주변의 일상사를 가꾸는 실천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주가 초등학생이라 생각하고 지어지는 건축물, 즉 한 세대 뒤까지 유용한 건물이어야 한다. 그가 제시한 ‘공동성’이란 개념을 적용하면, 좋은 공공건축이란 공동체의 밖에 있는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을 찾아내야 한다. 김인철 서울건축포럼 의장은 추천사에서 “이 책은 어느 순간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아 숙성되지 못한 우리 시대 건축에 대한 반성문이며 연구실을 벗어난 넓은 사유와 언설이 무게를 갖는다”고 평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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