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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동양고전은 리더십 교과서…법조인 반드시 배웠으면”

등록 2014-12-04 19:00수정 2014-12-04 22:08

이건주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이건주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탈바꿈의 동양고전’ 펴낸 이건주 사법연수원 부원장
현직 검찰 간부가 대중을 위한 동양고전 읽기 책을 냈다. 제목은 <탈바꿈의 동양고전>.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조직을 혁신하는 길을 동양고전의 지혜와 통찰에서 찾자는 내용이다.

3일 서울 서초동에서 지은이인 이건주(51·사진)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만났다. 한자도 싫어했던 그는 4년 전 지인 손에 이끌려 동양고전 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외국 유명 전문가들의 리더십 강의 동영상도 나름 찾아봤지만 그때마다 해소되지 않은 갈증이 있었는데, 동양고전에서 풀리더라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리더십 교과서를 발견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동양고전의 저변에 흐르는 핵심 가르침이 있어요. 이게 ‘논어’식으로, ‘도덕경’식으로 변주되는 거죠.” 그는 ‘탈바꿈’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논어>는 ‘배우고 소통하라.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마라.’ <손자병법>은 ‘큰 목표를 세워 전략적으로 하라.’ <도덕경>은 ‘상식에 얽매이지 말고, 남들이 채우려 할 때 너는 버려라’. <맹자>는 ‘오십보 백보다. 작은 경쟁 하지 말고, 남들과 차별화되는 가치 경쟁을 하라.’ <대학>은 ‘세상을 향해 바꾸라고 하기 전에 너부터 바꿔라.’

“살다 보면 우리가 처하는 상황과 관계가 계속 변하잖아요. 거기에 적용할 지혜를 제대로 응용하려면 ‘지금은 손자병법식으로 가자’, ‘이제는 노자식으로 가자’라고 할 수 있죠. 이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경쟁력은 하늘과 땅 차이죠.”

이 책은 지난해 대전지검장 시절 7개월간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탈바꿈’을 주제로 삼은 이유는 자신을 포함해 법조계와 사회가 구습을 탈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해서다. “업무 시스템 바꾼다고 조직이 변하지 않아요. 정신·가치·윤리가 바뀌어야 해요.”

직원들에게 고전 강의를 한 뒤부터 소통도 잘 됐다고 한다. 그가 “선후를 알아야지” 하면 직원들은 ‘대학’의 ‘지소선후’(일의 앞뒤를 챙겨야 한다는 뜻)로 알아듣고, “근본을 챙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면 역시 ‘대학’에 나오는 ‘말단과 근본’으로 이해하면서 자연스레 많은 말이 필요없게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 자신 지엽적인 일에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고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게 됐다. 4년째 월요일마다 새벽 고전강의 모임에 나간다. “저도 공무원이어서 다음번 인사가 언제지, 다음 내 자리가 어딜까, 궁금했죠. 근데 요즘엔 신경 쓰지 않아요. 주어진 변화를 받아들이고 거기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바뀌었어요. 음… 이거 위험한 발언인데. 허허.”

법에 고전이 왜 필요한가 물었다. “법에서 제일 중요한 건 법정신이에요. 정신·가치·윤리를 빼면 남는 건 황폐화된 법조문뿐이에요. 진짜 법조인이 되려면 법에서 법 이상을 봐야 합니다. 고전을 배우면 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고전을 배우지 않은 법조인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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