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학급 문집 글
감성 폭발 경험담 ‘실감’
감성 폭발 경험담 ‘실감’
신경림·김병호·최재봉 외 엮음/창비교육·각 1만원 얄밉도록 똑 떨어지는 제목이 재미있다. 짧은 교복치마에 앞머리를 가지런히 내린 소녀가 ‘나도 할 말 있음’, 더벅머리에 안경을 쓴 소년이 ‘나도 생각 있음’ 팻말을 든 채 입을 앙다물고 시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어른들은 늘 말한다. “대학 갈 때까지 공부 말고는 다른 생각 하지 마.” “쪼끄만 게 무슨 할 말이 많아.” 2013년 창비는 한겨레신문사, 한국작가회의, 서울시, 각 시·도교육청과 손잡고 ‘우리 반 학급 문집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아이들이 서랍 속에 접어뒀던 생각을 꺼내고 털어놓을 수 있는 판을 깔아주기 위해서다. 신청과 선정 작업을 통해 나온 802개의 중고생 학급 문집 가운데 골라 총 141편의 학생 글을 두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엄마, 나 사실 말 못 했던 비밀이 있는데// 시험 못 봐도 웃으면서 집에 들어가는 거/ 수백,수천 번은 고민하고 들어가는 거야/ 울면서 들어가면 엄마도 나도 더 슬퍼지니까/ 엄마가 나한테 너는 속도 없냐고/ 못 본 게 슬프지도 않으냐고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괜찮다고, 다음에 더 잘 보면 된다고 했던 내 대답/ 사실 다 거짓말이었어”(서울 혜성여고 장동은 ‘엄마에게’ 중) <나도 할 말 있음>은 일상, 가족, 친구 편으로, <나도 생각 있음>은 사물·자연, 성장, 사회·역사, 독서·기행 편으로 갈래를 나눠 담았다. 가족 편에서는 위의 시처럼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 아빠에게 섭섭한 감정들이 자주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고단한 삶 속에서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고 반항했던 행동을 후회하며 다음엔 내가 더 참아야지 속 깊은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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