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씨
[짬] ‘비무장지대 답사기’ 발표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씨
비무장지대 평화 컨퍼런스에서 발표
2008년 뒤 세차례 방북…책도 출간 “김정은 체제 확인 위해 내년쯤 방문”
‘남북 무대’ 소설·한국어 글쓰기 목표
3년쯤 뒤 한국 유학해 첫글 기고할터 “평화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쪽을 보았습니다. 북한에 갔을 때에도 역시 망원경으로 남쪽을 보았죠. 두번 모두, 멀리서 본다는 느낌 말고 다른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그 거리감이 아주 묘했습니다. 안다는 건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이라는 오감을 모두 가동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남과 북 사이에는 ‘본다’는 하나의 감각만 작동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죠. 오감 중에서도 ‘본다’는 건 위험성이 가장 작은 행위입니다. 거리가 있기 때문이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려면 더 가까워져야 해요. 그 거리감을 어떻게 줄일 것이냐가 저의 화두입니다.” 재일동포 2세인 그는 집안에서 부모가 비밀 이야기를 나눌 때 쓰는 한국어와 학교에서 사용하는 일본어 사이에서 갈피를 잃은 채 말을 하지 않는 아이로 성장했다. 열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급우들에게 심한 따돌림까지 당하게 되자 얼굴을 가리기 위한 벽 삼아 책을 펴들었고, 그렇게 접하게 된 책 속 이야기에 빨려들어가 결국 작가가 되었다. “가깝게 다가간다는 건 위험을 수반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가까이 가야만 해요. 가지 않고서는 발신자의 주관이 들어간 ‘정보’만을 얻을 뿐이지요. 제가 북한에 가게 된 계기도, 북한에 관한 일본 언론의 보도가 일방적이고 편협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납치 문제와 핵개발 문제만 보도되고 군사행진을 관람하며 박수를 치는 지도자의 모습만 방영되지, 북한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알 수가 없었어요.” 2010년 그의 북한 방문 무렵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전후한 시기여서 상황이 매우 불투명하고 위험했다. 일본으로 되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위험성을 비교해 보자면, 작가로서 그에게는 ‘안다’ 쪽이 훨씬 중요했다. 2011년 3월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에 간 것도 북한 방문과 같은 맥락에서 한 행동이었다. 그해 4월22일 사고구역에 대한 출입제한 조처가 시행되기 하루 전 발전소 정문 앞까지 차를 타고 갔던 그는 그 뒤부터 사고 지역인 미나미소마 시청 안 임시재해방송국에서 ‘유미리의 두 사람과 한 사람’이라는 방송을 주 1회 진행하고 있다. “발을 들이지 않고서는 그에 대해 쓸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과 후쿠시마는 연결돼 있다”고 그는 말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할 겸 내년쯤 다시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요. 지금 남과 북, 한국과 일본, 북한과 일본은 대립만 있지 대화는 없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대화라는 건 강을 건너기 힘든 상황에서 징검돌을 놓는 작업이지요. 저 같은 재일동포는 강 중간에 있는 징검돌과 같은 처지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그는 남북한을 무대로 삼은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면 어느 정도는 한국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기에 3, 4년 뒤쯤 한국의 대학으로 진학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지금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대학에 가면 저도 한국으로 유학을 올 생각입니다. 한번쯤 일본 밖에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보고 싶기도 하구요, 반대로 바깥에서만 봤던 한국을 내부에서 느껴보고 싶기도 해요.” 그는 3, 4년 뒤면 쉰살이니 큰 결단을 내리기에는 마지막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저는 열일곱 살에 희곡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일본어로 글을 쓰고 있어요. 일본어로 쓰게 된 이상 일본인보다 아름다운 일본어로 쓰고 말겠다는 자부심이 있었지요. 그게 어떤 의미에서는 저에게 일본어를 강요한 그들에 대한 복수가 아닌가 싶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이렇게 나이 들고 보니, 모국어로 쓰지 못한다는 게 저에게는 커다란 결락입니다. 죽기 전에 어떤 글이든 한국어로 써 보고 싶어요. 한국어로 쓴 첫 글은 <한겨레>에 기고할게요.”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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