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황기홍(알렙 제공)
김성우·송진완 지음/알렙·1만3000원 “지금은 서기 2222년… 옛날 마른 인간들은 앉아서 다리 꼬기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 비만인들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분석하며 그 안에 숨은 웃음과 논리의 구조를 찾아내는 책이다. 위에서 언급한 ‘마른 인간 연구소’ 같은 코너는 과장과 상상으로 외모 지상주의를 비꼬는 풍자를 보여준다. 지은이들은 개그에는 두가지 논증이 주로 사용된다고 설명한다.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이다. 연역 논증이 필연적이라면 귀납 논증은 개연적이다. 연역 논증이란 전제를 인정하면 결론이 저절로 참이 되는 논증이다. 삼단논법이 대표적이다. 귀납 논증은 확률이다. 전제가 필연적으로 결론을 낳는 것이 아니라, 결론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반전(꺾기)이 가능하다. 예상과 다른 결과로 사람을 웃기는, 개그계 최고의 필살기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에서 소방차 물탱크 밸브를 틀자 커피가 나오는 식이다. 채플린은 자서전에서 “평생 쇼펜하우어의 웃음 이론을 공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웃음은 철학과 관련이 깊다. “이름은 노출! 사는 곳은 개봉! 고향은 청양! 넌 분명한 바바리맨이야!” 멀쩡한 사람을 잡아놓고 범죄자라 덮어씌우는 이런 과정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권력이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우리 현실과도 다르지 않다. 읽다 보면 웃음은 인류 지성과 더불어 발전해왔고, 실제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웃음의 철학’으로 들어가는 입문서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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