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슬퍼할 권리
전영관 지음/삼인·1만3000원 2014년 4월17일에서 2014년 9월17일까지, 이렇게 긴 5개월이 또 있었을까. “절대로 약한 생각 하지 말고 돌아와야 한다. 얘들아 제발”이라는 간절한 당부가 “이제 틀렸음을 안다. 아는데도 부르고 알면서도 부르고 간절한 기적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며 매달리는 마음으로 뱃머리를 틀었다가 “어차피 짐승의 땅이니 종횡무진 울분을 풀어야겠다”는 분통으로 바뀔 만큼의 시간이었다. 시인 전영관이 5개월 동안 써내려간 “있어야 할 기록이면서, 또 세상에 없어야 할 책”이 나왔다.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엄마를 생각하면 차라리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기처럼 써내려간 글에서 시인은 어떤 날은 배에 갇힌 아이들의 음성으로, 어떤 날은 “잠재적 유족의 마음으로” 아니면 어두운 문상객으로, 또 어떤 날은 아비의 마음으로 “내 새끼 답답한 거 싫어한다고 그리 견고하게 묶지 말라”며 주저앉는다. “죽음 앞에는 어떤 칭송도 의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승무원 박지영, 양대홍 사무장, 김기웅씨 등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추모하는 책은, 죽은 자의 흐느낌과 산 자의 부탁을 한데 섞은 글들은, 추모문이라기보다는 씻김굿에 가깝다. 그러나 슬픔만큼 강인한 근육도 없다. 진도 팽목항에서 노란 리본 만장이 나부끼는 시청앞 광장까지 넘실거리던 슬픔을 기록하며 시인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 앞에 가만있지 않겠다는 결의를 새기자”고 당부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전영관 지음/삼인·1만3000원 2014년 4월17일에서 2014년 9월17일까지, 이렇게 긴 5개월이 또 있었을까. “절대로 약한 생각 하지 말고 돌아와야 한다. 얘들아 제발”이라는 간절한 당부가 “이제 틀렸음을 안다. 아는데도 부르고 알면서도 부르고 간절한 기적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며 매달리는 마음으로 뱃머리를 틀었다가 “어차피 짐승의 땅이니 종횡무진 울분을 풀어야겠다”는 분통으로 바뀔 만큼의 시간이었다. 시인 전영관이 5개월 동안 써내려간 “있어야 할 기록이면서, 또 세상에 없어야 할 책”이 나왔다.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엄마를 생각하면 차라리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기처럼 써내려간 글에서 시인은 어떤 날은 배에 갇힌 아이들의 음성으로, 어떤 날은 “잠재적 유족의 마음으로” 아니면 어두운 문상객으로, 또 어떤 날은 아비의 마음으로 “내 새끼 답답한 거 싫어한다고 그리 견고하게 묶지 말라”며 주저앉는다. “죽음 앞에는 어떤 칭송도 의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승무원 박지영, 양대홍 사무장, 김기웅씨 등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추모하는 책은, 죽은 자의 흐느낌과 산 자의 부탁을 한데 섞은 글들은, 추모문이라기보다는 씻김굿에 가깝다. 그러나 슬픔만큼 강인한 근육도 없다. 진도 팽목항에서 노란 리본 만장이 나부끼는 시청앞 광장까지 넘실거리던 슬픔을 기록하며 시인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 앞에 가만있지 않겠다는 결의를 새기자”고 당부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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