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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경고 남기고 떠난 울리히 벡

등록 2015-01-04 21:01수정 2015-01-04 21:53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
허무주의 경계·낙관주의 강조
과학기술 전문가 폐쇄성 지적
‘세계시민주의 사회학’ 주장도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왼쪽) 뮌헨대학교 교수 겸 코스모폴리탄연구소 소장이 지난 1일(현지시각)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독일 언론들이 유족을 인용해 3일 보도했다. 향년 70.

벡 교수는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배경 삼아 쓴 <위험사회>(오른쪽)로 세계 사회학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의 ‘위험사회론’은 고도로 발달한 서구 과학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이론에 힘입어 생화학무기나 원자력발전 같은 인류 공동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학적 관점의 전환이 탄력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학문이 ‘탈근대주의’라는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냉소주의를 차단하려고 한 비판적 사회학자이기도 했다. 근대성의 갱신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그를 앤서니 기든스, 위르겐 하버마스와 같은 맥락에 두기도 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벡은 ‘세계시민주의 사회학’을 주장해 ‘코스모폴리타니즘’을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서울을 방문한 그는 인류가 거대한 ‘탈바꿈’(Verwandlung)을 하게 되리라 내다봤다. 대재앙은 불행이지만 ‘해방적 파국’이라는 양가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의 정치행위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며 “끊임없는 낙관주의”를 힘주어 말했다.

사회학자인 아내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과 함께 변화된 사랑과 가족 문제를 다룬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1990)을 쓴 바 있으며, 국내에서는 한상진(서울대)·심영희(한양대) 교수 부부와 함께 <위험에 처한 세계와 가족의 미래>(2010)를 펴내며 활발히 교류했다.

벡의 제자인 홍찬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부교수는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대사회의 체계와 제도에 대한 비판적 개념으로서 그의 ‘위험사회’와 ‘개인화 테제’는 전지구적 문제의 양상을 드러낸 핵심 개념이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사회학을 하는 주변부 국가의 여성 제자를 이해하고 지켜보던 따뜻한 스승이었다”고 회고했다.

<위험사회>를 우리말로 번역한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벡의 이론을 한국 사회에 단순 적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지만, 과학기술의 위험을 현대사회의 본질적 특성으로 파악하고 이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과학기술 전문가의 폐쇄성을 지적하고 시민사회의 대응이 중요함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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