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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불황에도 팔리는 건 팔린다
스즈키 도시후미 지음, 김경인 옮김/윌컴퍼니(2015) 새해고 해서 뭔가 힘이 나는 책을 읽고 싶었다. <최악의 불황에도 팔리는 건 팔린다>는 이런 기대에 부응했다. 스즈키 도시후미 세븐&아이홀딩스 회장은 일본 편의점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모두들 “장사가 너무 흔하다”며 회의적일 때 세븐일레븐 재팬을 설립했다. 이후 40년간 경쟁사를 압도하는 판매실적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991년에는 모기업인 미국 세븐일레븐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도 했다. 일본 세븐일레븐의 점포당 하루 매출은 67만엔으로 다른 편의점 체인과 20만엔 이상 차이가 난다. 이 책은 파는 힘(판매력)에 대한 책이다. 생산과잉 시대에 무언가 파는 것은 배부른 사람에게 음식을 더 먹이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스즈키 회장이 30여개의 명제로 정리한 파는 힘의 비법은, 마치 행동경제학의 임상보고서를 읽는 느낌이다. 실제 삼각김밥, 도시락, 현금인출기(ATM) 등 편의점 하면 떠오르는 대부분의 히트 상품이 스즈키 회장의 아이디어와 실행에서 출발했다. 파는 힘은 고객에게 “사길 잘했다”, “먹길 잘했다”는 만족을 주는 것인데, 이러려면 “고객을 위해서”를 뛰어넘어 “고객의 입장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스즈키 회장은 말한다. 흔히 “고객을 위한다”며 판매자 자신의 생각과 관행을 강요하는 일이 많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를 스즈키 회장은 1980년대에 관람객 감소로 문닫을 위기에 있다 기사회생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직원들은 어느 날 동물들이 모두 관람객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먹이를 가져다주고 씻겨주고 돌봐주는 사육사가 뒤에서 나오니 동물들이 항상 뒤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등을 돌리고 잠만 자는 동물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사육사들이 고객 쪽에서 동물에게 다가가 먹이를 주거나 돌봐주는 방식으로 바꾸자 동물들도 고객 쪽을 바라보며 언제 사육사가 오나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고 한다. 세븐일레븐에서는 발주한 상품이 예상보다 일찍 팔려 진열대가 텅 비면 칭찬받는 게 아니라 같은 발주 실수를 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는다. 그런 상황을 품절이라는 판매자의 용어 대신 결품(缺品)이란 고객의 용어로 부른다. 또 세븐일레븐은 “제조회사 이름을 쓰면 피비(PB·유통업체가 자체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제품)가 아니다”라는 반대를 무릅쓰고 제조회사를 상품에 병기해 다른 회사의 피비 제품보다 많이 팔고 있다. 고객은 피비 상품일지라도 제조사를 알고 싶어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고객은 물건이 아니라 가치를 사고자 한다”, “판단에 지친 고객은 사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듣고 싶어한다”, “A와 A′는 고객에게는 같은 A다”, “초보자의 시선으로 불만을 느껴라”, “진정한 경쟁상대는 끊임없이 변하는 고객의 욕구다” 등 새겨볼 만한 대목이 많았다.
인터넷 확산으로 뉴스의 홍수 시대다. 독자의 시선을 모아 광고주에게 팔던 신문, 방송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너지고 있다. 수많은 콘텐츠와 채널들 속에서 독자의 눈에 들고 지갑까지 열게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독자가 모두 1인 미디어인데 여전히 공급자 위주의 뉴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란한 영상에 눈익은 독자에게 고색창연한 문체의 기사를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가볍게 읽었지만 자꾸 필자가 속해 있는 미디어 산업으로 생각이 이어져 여운이 남았다.
이봉현 미디어전략 부국장 bhlee@hani.co.kr
스즈키 도시후미 지음, 김경인 옮김/윌컴퍼니(2015) 새해고 해서 뭔가 힘이 나는 책을 읽고 싶었다. <최악의 불황에도 팔리는 건 팔린다>는 이런 기대에 부응했다. 스즈키 도시후미 세븐&아이홀딩스 회장은 일본 편의점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모두들 “장사가 너무 흔하다”며 회의적일 때 세븐일레븐 재팬을 설립했다. 이후 40년간 경쟁사를 압도하는 판매실적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991년에는 모기업인 미국 세븐일레븐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도 했다. 일본 세븐일레븐의 점포당 하루 매출은 67만엔으로 다른 편의점 체인과 20만엔 이상 차이가 난다. 이 책은 파는 힘(판매력)에 대한 책이다. 생산과잉 시대에 무언가 파는 것은 배부른 사람에게 음식을 더 먹이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스즈키 회장이 30여개의 명제로 정리한 파는 힘의 비법은, 마치 행동경제학의 임상보고서를 읽는 느낌이다. 실제 삼각김밥, 도시락, 현금인출기(ATM) 등 편의점 하면 떠오르는 대부분의 히트 상품이 스즈키 회장의 아이디어와 실행에서 출발했다. 파는 힘은 고객에게 “사길 잘했다”, “먹길 잘했다”는 만족을 주는 것인데, 이러려면 “고객을 위해서”를 뛰어넘어 “고객의 입장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스즈키 회장은 말한다. 흔히 “고객을 위한다”며 판매자 자신의 생각과 관행을 강요하는 일이 많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를 스즈키 회장은 1980년대에 관람객 감소로 문닫을 위기에 있다 기사회생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직원들은 어느 날 동물들이 모두 관람객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먹이를 가져다주고 씻겨주고 돌봐주는 사육사가 뒤에서 나오니 동물들이 항상 뒤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등을 돌리고 잠만 자는 동물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사육사들이 고객 쪽에서 동물에게 다가가 먹이를 주거나 돌봐주는 방식으로 바꾸자 동물들도 고객 쪽을 바라보며 언제 사육사가 오나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고 한다. 세븐일레븐에서는 발주한 상품이 예상보다 일찍 팔려 진열대가 텅 비면 칭찬받는 게 아니라 같은 발주 실수를 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는다. 그런 상황을 품절이라는 판매자의 용어 대신 결품(缺品)이란 고객의 용어로 부른다. 또 세븐일레븐은 “제조회사 이름을 쓰면 피비(PB·유통업체가 자체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제품)가 아니다”라는 반대를 무릅쓰고 제조회사를 상품에 병기해 다른 회사의 피비 제품보다 많이 팔고 있다. 고객은 피비 상품일지라도 제조사를 알고 싶어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고객은 물건이 아니라 가치를 사고자 한다”, “판단에 지친 고객은 사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듣고 싶어한다”, “A와 A′는 고객에게는 같은 A다”, “초보자의 시선으로 불만을 느껴라”, “진정한 경쟁상대는 끊임없이 변하는 고객의 욕구다” 등 새겨볼 만한 대목이 많았다.
이봉현 미디어전략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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