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의 작가 이문구(1941~2003)의 고향인 충남 보령 집필실이 관리 소홀로 폐허가 되다시피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념관 지으려다 유족과 의견차
보령시, 아예 손 놓고 건물 방치
보령시, 아예 손 놓고 건물 방치
<관촌수필>의 작가 이문구(1941~2003)의 고향인 충남 보령 집필실이 관리 소홀로 폐허가 되다시피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전에 이문구를 가까이에서 모셨던 보령의 아동문학가 안학수 시인은 지난 30일 “기념관 용도로 쓰겠다며 유족으로부터 집필실 건물을 사들인 보령시가 건물 관리에 아예 손을 놓고 있어서 흉한 몰골로 버려져 있다”며 <한겨레>에 집필실 사진(사진)을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집필실이 잡초로 포위되어 있고 건물로 통하는 진입로에는 버려진 건축자재가 쌓여 있어 폐가를 방불케 한다.
이문구는 1988년 청라저수지 옆 버려진 농가를 구해 집필실로 쓰기 시작했으며 90년대 중반 큰비에 지붕이 새는 등 침수 피해를 입자 고향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조립식 단층 건물을 새로 지었다. 그는 이곳에서 2003년 타계하기 직전까지 글을 쓰고 동료 문인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보령시는 이문구가 타계한 뒤 기념관으로 쓰겠다며 이 건물을 사들였으나, 문학관 건립을 놓고 유족과 의견이 갈리면서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보령시는 애초 유족과 협의해 이문구문학관을 짓기로 했으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단독 건물을 원하는 유족과 보령 출신 문인을 함께 기념하고자 하는 시의 견해가 맞서면서 차질이 생겼다. 결국 유족이 기증했던 이문구 유품을 되돌려 받았고, 시는 2013년 11월 다른 곳에 보령문학관을 지어 소설가 이문희와 시인 임영조 기념관만 운영하고 있다.
한편 보령시는 이문구나 그의 소설과 아무 연고도 없는 오천면 오천항 전망대에 그의 연작소설 <관촌수필>의 소제목 8개 제목을 딴 ‘팔색보령수필’ 안내판을 설치해 유족의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안학수 시인은 “청라저수지 작업실은 이문구 선생님이 생의 후반기에 창작혼을 불태운 소중한 공간”이라며 “이문구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선생님의 문학 세계를 친밀하게 접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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