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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천재는 왜 독사과를 먹어야 했나

등록 2015-02-05 21:01

잠깐독서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
앤드루 호지스 지음, 김희주·한지원 옮김
동아시아·3만6000원

앨런 튜링의 삶은 수많은 신화에 둘러싸여 있다. 천재 수학자였던 그는 컴퓨터의 원형을 제시한 ‘컴퓨터의 아버지’다. 2차대전 당시 누구도 풀 수 없다고 여겨진 나치 독일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해 유럽을 나치의 위협에서 구했다. 기계가 인간을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 ‘이미테이션 게임’(모방 게임)을 통해 기계가 지능을 가졌는지를 판단하는 튜링 테스트의 개념을 제안했다.

화려한 업적의 이면에서 그의 개인적 삶은 세상과 불화했다. 어린시절부터 동성애자임을 깨달았던 그는 이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외설행위 유죄 판결을 받고 여성 호르몬을 투여하는 ‘화학적 거세’를 당한 뒤 1954년 41살에 청산가리를 넣은 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영국 정부는 그의 역사적 공헌과 죽음에 대해 언급하길 꺼렸으나, 그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청원이 쏟아지자 2013년 12월24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특별사면을 발표했다.

871쪽에 이르는 방대한 이 책은 감춰졌던 그의 삶을 꼼꼼히 복원한 전기이자, 그가 고민한 수학, 과학적 원리를 담은 과학서이며 당대의 사회와 지적 풍경을 보여주는 역사서다. 남성우월주의로 가득한 당대 지식인 사회에서 동성애자였던 그의 위치는 불편하고 미묘했다. “튜링은 자유를 향한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했으나,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 외로웠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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