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는 몽(蒙) 지역 사람이다. 이름은 주(周)이다. 그는 한때 옻나무 정원의 관리였다. 그는 양나라의 혜왕(기원전 370~319 재위)과 제나라의 선왕(기원전 319~301 재위)과 같은 시대 사람이었다.” 몽은 송나라, 지금의 허난성에 있는 지역이다. 영국의 중국철학 권위자 앵거스 그레이엄은 여러 저자의 글이 혼재돼 있는 ‘장자’라는 텍스트를 지층을 탐사하듯 한꺼풀씩 벗겨나간다.
중국철학 권위자 앵거스 그레이엄
‘장자’라는 텍스트에 지질학적 접근
장자학파·원시주의자·혼합주의자 등
지층별로 재구성한 역작 첫 번역
‘장자’라는 텍스트에 지질학적 접근
장자학파·원시주의자·혼합주의자 등
지층별로 재구성한 역작 첫 번역
앵거스 그레이엄 지음, 김경희 옮김
이학사·4만원 시중에 나와 있는 <장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원문을 소개하고 본래 뜻을 해석하는 데 충실한 책, 그리고 동서양의 다른 텍스트들을 끌어와 자신만의 사유를 풀어놓는 책. 앵거스 그레이엄의 <장자>는 논의를 횡으로 펼치지 않고 ‘장자’라는 텍스트 자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앞의 부류에 속하지만, 단순한 해석에 그치지 않고 종으로 파고들어 ‘장자’의 역사적 지층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영국의 중국학자로서 20세기 중국학 연구의 한 흐름을 주도한 중국철학 권위자 앵거스 그레이엄(1919~1991)의 이 책은 요즘 나오는 책처럼 화려한 수사를 동원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한 분야를 천착한 사람의 끈기와 방대한 지식을 만날 수 있는 원석 같은 책이다. 주석과 각주를 포함해 771쪽에 이른다. 1981년 영국에서 처음 출판됐고, 2001년 개정판이 나왔다. 장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경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가 2001년 개정판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 책이 국내 번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를 들어 공자와 노자(늙은 담)의 대화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그레이엄은 “확증된 것은 아니지만, 이 일련의 일화들이 ‘장자’에서도 매우 늦게 형성된 지질층에 속한다는 암시들이 있다. 이 지질층은 기원전 202년 한(漢) 왕조가 건립된 이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한다. “한 일화에서 공자는 육경(六經)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육경은 유가학파 내에서 아주 서서히 모여 경전화되었으며, 여섯이라는 수가 한대 이전에 확정됐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이다. ‘장자’에 대한 그레이엄의 고고학적 접근은 후대의 저작들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장자’에 반영된 당대의 논쟁 지형을 고려해가면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장자 입문서로 적당할 것 같다.
영국의 중국철학 권위자 앵거스 그레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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