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로베르 앙텔므 지음, 고재정 옮김/그린비·1만9500원 아우슈비츠의 여자들
캐롤라인 무어헤드 지음, 한우리 옮김/현실문화·1만8000원 인간으로서 살고, 인간 때문에 괴로워하고 행복하지만 우리는 과연 인간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수용소에 대한 두 가지 기록이 한국말로 번역되었다. 독일 강제수용소 체험을 담은 <인류>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 여성들의 운명을 전하는 <아우슈비츠의 여자들>이다. 두 책 모두 인간이 가장 잔인했던 곳에서 인간다워지기를 애썼던 사람들의 기록이다.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가 체포됐던 로베르 앙텔므는 <인류>에서 인간 무리에서 배제된 비참한 수용소에서 인간다움을 숙고한다. 서로 빵을 훔치고 남들 앞에서 똥을 싸야 할 때,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수감자들이 짐승처럼 죽도록 고안된 시설에서 각자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이 인간으로 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13일 동안 갇힌 열차에서 시체와 사람이 뒤엉켜 달리면서 수감자들은 옆 사람에게 “내가 죽을 수 있는 자리를 내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은 하나같이 몇개 안 남은 이빨, 뾰족한 코만 남은 얼굴, 뼈만 덜거덕거리는 몸으로 나와 남의 얼굴이 구별되지 않는 이곳에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인간이라는, 인류의 ‘유’적 견고함을 발견한다. “피부색, 관습, 계급이 극한에 근접한 순간 명약관화하게 드러나는 하나의 진실이란 여러 종류의 인류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인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뒤 앙텔므는 독일 전쟁포로들에 대한 폭력적인 복수를 반대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아우슈비츠의 여자들>에서 여성 수감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서로를 부축한다. 1943년 1월, 프랑스 레지스탕스 소탕작전에서 체포된 230명의 여성들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실려갔다. 르포작가인 캐롤라인 무어헤드가 생존자들의 증언을 엮은 책은 노예노동이 아니라 대량 살육이 목적이었던 이 수용소에서 그중 49명의 여자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로 두가지를 꼽는다. 운과 우애였다. 죽어가는 동료에게 물만 건네도 사형당하는 그곳에서 여성들은 환자들을 침상 뒤에 감추고, 서로를 위해 약을 훔쳐내고, 점호 때면 계속 자리를 바꿔 혼자서 차가운 바깥에 오래 서 있지 않도록 했다. 심지어는 바깥세상 소식과 수용소 정보를 전하는 ‘말하는 신문’까지 생겨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이 찾아오는 가운데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살 이유를 주었다는 것이다. “우리 중에 반드시 살아 돌아갈 사람이 있을 거야. 살아남기 위해서는 싸워야 해. 우리는 투사니까.” 공교롭게도 두 책 모두 표지에서 어깨를 맞대고 한동아리로 끌어안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로베르 앙텔므 지음, 고재정 옮김/그린비·1만9500원 아우슈비츠의 여자들
캐롤라인 무어헤드 지음, 한우리 옮김/현실문화·1만8000원 인간으로서 살고, 인간 때문에 괴로워하고 행복하지만 우리는 과연 인간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수용소에 대한 두 가지 기록이 한국말로 번역되었다. 독일 강제수용소 체험을 담은 <인류>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 여성들의 운명을 전하는 <아우슈비츠의 여자들>이다. 두 책 모두 인간이 가장 잔인했던 곳에서 인간다워지기를 애썼던 사람들의 기록이다.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가 체포됐던 로베르 앙텔므는 <인류>에서 인간 무리에서 배제된 비참한 수용소에서 인간다움을 숙고한다. 서로 빵을 훔치고 남들 앞에서 똥을 싸야 할 때,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수감자들이 짐승처럼 죽도록 고안된 시설에서 각자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이 인간으로 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13일 동안 갇힌 열차에서 시체와 사람이 뒤엉켜 달리면서 수감자들은 옆 사람에게 “내가 죽을 수 있는 자리를 내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은 하나같이 몇개 안 남은 이빨, 뾰족한 코만 남은 얼굴, 뼈만 덜거덕거리는 몸으로 나와 남의 얼굴이 구별되지 않는 이곳에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인간이라는, 인류의 ‘유’적 견고함을 발견한다. “피부색, 관습, 계급이 극한에 근접한 순간 명약관화하게 드러나는 하나의 진실이란 여러 종류의 인류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인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뒤 앙텔므는 독일 전쟁포로들에 대한 폭력적인 복수를 반대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아우슈비츠의 여자들>에서 여성 수감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서로를 부축한다. 1943년 1월, 프랑스 레지스탕스 소탕작전에서 체포된 230명의 여성들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실려갔다. 르포작가인 캐롤라인 무어헤드가 생존자들의 증언을 엮은 책은 노예노동이 아니라 대량 살육이 목적이었던 이 수용소에서 그중 49명의 여자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로 두가지를 꼽는다. 운과 우애였다. 죽어가는 동료에게 물만 건네도 사형당하는 그곳에서 여성들은 환자들을 침상 뒤에 감추고, 서로를 위해 약을 훔쳐내고, 점호 때면 계속 자리를 바꿔 혼자서 차가운 바깥에 오래 서 있지 않도록 했다. 심지어는 바깥세상 소식과 수용소 정보를 전하는 ‘말하는 신문’까지 생겨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이 찾아오는 가운데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살 이유를 주었다는 것이다. “우리 중에 반드시 살아 돌아갈 사람이 있을 거야. 살아남기 위해서는 싸워야 해. 우리는 투사니까.” 공교롭게도 두 책 모두 표지에서 어깨를 맞대고 한동아리로 끌어안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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