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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박이문 교수 ‘논어의 논리’ 서양철학과 견주고 맞세워

등록 2005-09-30 17:54

“논어, 포스트모더니즘과도 통한다” 논어의 논리 박이문 교수
“논어, 포스트모더니즘과도 통한다” 논어의 논리 박이문 교수
“논어, 포스트모더니즘과도 통한다”
박이문 연세대 특별초빙 교수(사진)가 <논어의 논리>(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논어>의 철학적 재구성’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드디어 나올 책이 나왔구나” 할 것이다. 박 교수는 1980년 <노장사상>(문학과지성사)을 썼다. 프랑스에서 서양 문학을, 미국에서 서양 철학을 공부한 박 교수로선 일종의 ‘외도’였지만, 이 책은 출간 즉시 대표적인 노장사상 입문서로 자리잡았다. 무려 17쇄를 거쳐 2004년 개정판까지 나왔다. 젊은 시절 이 책의 충실한 독자였던 출판평론가 이권우는 “노장사상을 서양철학과 견주고 맞서게 하는” 책이라고 회고한다.

<논어의 논리>는 공맹사상을 서양철학과 견주고 맞서게 하는 책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공자의 사상을 논리적 체계를 갖춘 철학의 문제로 전환시키려는 학문적 모색이 담겨 있다. <노장사상>이 그랬듯 <논어의 논리>도 작고 가벼운 책이다. 200여쪽의 문고판형이다. 고전에 등장하는 핵심 개념을 추출해 현대 철학의 범주와 잇대어 사상 체계 전체를 재구성해가는 방식도 닮았다. 인(仁), 예(禮) 등 논어의 개념이 존재론, 인식론 등 서양철학의 개념과 종횡으로 만난다.

박 교수가 보기에 <논어>라는 텍스트 자체는 철학과는 거리가 멀다. 철학의 핵심요소인 논증과 체계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훈육적인 말을 지루하게 반복적으로 선언”할 뿐이다.

“논어, 포스트모더니즘과도 통한다” 논어의 논리
“논어, 포스트모더니즘과도 통한다” 논어의 논리
지금까지 나온 많은 <논어> 관련 책들은 “주어진 순서에 따라 낱말의 사전적 의미대로 해설하는 ‘주석적인 것’에 그쳤다.” 여기에는 지혜와 진리의 경구를 오늘에 되살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것은 논어의 현대적 재해석과는 별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지혜와 진리를 (파편적으로) 담은 텍스트는 논어가 아니고도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논어>에 대한 주석을 다는 대신 해체와 재구성을 시도했다. “<논어>는 독자에 의해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논리에 따라 철학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고, 그런 뒤에야 비로소 사상적 내용에 대한 더 치밀한 조명과 평가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보기에 <논어>는 경험주의 인식론에 바탕을 둔 근대의 과학적 세계관과 잇닿아 있는 동시에, 상대주의 인식론에 기반한 포스트모더니즘과도 통한다. 동양의 고전인 <논어>가 서구적 문제설정인 근대와 탈근대에 두루 연결된다는 말은 다소 상투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논어>의 논리적 해체와 재구성을 시도한 박 교수의 길을 따라, ‘<논어>로 철학하기’의 가능성이 더욱 풍부해진 것은 분명하다.

평생을 통해 형이상학에 대한 ‘로망’을 한시도 놓치지 않았던 이 철학자는 책 머리글에서 “유교와 도교에 대한 이해는 동북아시아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썼다. 올해로 일흔 다섯 살인 그의 심중에는 사반세기에 걸쳐 동북아시아 사상의 핵심을 짚어낸 자신의 두 저서, <노장사상>과 <논어의 논리>가 하나의 큰 우물을 이루고 있을 터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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