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포스트모더니즘과도 통한다” 논어의 논리 박이문 교수
“논어, 포스트모더니즘과도 통한다”
박이문 연세대 특별초빙 교수(사진)가 <논어의 논리>(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논어>의 철학적 재구성’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드디어 나올 책이 나왔구나” 할 것이다. 박 교수는 1980년 <노장사상>(문학과지성사)을 썼다. 프랑스에서 서양 문학을, 미국에서 서양 철학을 공부한 박 교수로선 일종의 ‘외도’였지만, 이 책은 출간 즉시 대표적인 노장사상 입문서로 자리잡았다. 무려 17쇄를 거쳐 2004년 개정판까지 나왔다. 젊은 시절 이 책의 충실한 독자였던 출판평론가 이권우는 “노장사상을 서양철학과 견주고 맞서게 하는” 책이라고 회고한다.
<논어의 논리>는 공맹사상을 서양철학과 견주고 맞서게 하는 책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공자의 사상을 논리적 체계를 갖춘 철학의 문제로 전환시키려는 학문적 모색이 담겨 있다. <노장사상>이 그랬듯 <논어의 논리>도 작고 가벼운 책이다. 200여쪽의 문고판형이다. 고전에 등장하는 핵심 개념을 추출해 현대 철학의 범주와 잇대어 사상 체계 전체를 재구성해가는 방식도 닮았다. 인(仁), 예(禮) 등 논어의 개념이 존재론, 인식론 등 서양철학의 개념과 종횡으로 만난다.
박 교수가 보기에 <논어>라는 텍스트 자체는 철학과는 거리가 멀다. 철학의 핵심요소인 논증과 체계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훈육적인 말을 지루하게 반복적으로 선언”할 뿐이다.
지금까지 나온 많은 <논어> 관련 책들은 “주어진 순서에 따라 낱말의 사전적 의미대로 해설하는 ‘주석적인 것’에 그쳤다.” 여기에는 지혜와 진리의 경구를 오늘에 되살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것은 논어의 현대적 재해석과는 별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지혜와 진리를 (파편적으로) 담은 텍스트는 논어가 아니고도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논어>에 대한 주석을 다는 대신 해체와 재구성을 시도했다. “<논어>는 독자에 의해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논리에 따라 철학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고, 그런 뒤에야 비로소 사상적 내용에 대한 더 치밀한 조명과 평가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보기에 <논어>는 경험주의 인식론에 바탕을 둔 근대의 과학적 세계관과 잇닿아 있는 동시에, 상대주의 인식론에 기반한 포스트모더니즘과도 통한다. 동양의 고전인 <논어>가 서구적 문제설정인 근대와 탈근대에 두루 연결된다는 말은 다소 상투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논어>의 논리적 해체와 재구성을 시도한 박 교수의 길을 따라, ‘<논어>로 철학하기’의 가능성이 더욱 풍부해진 것은 분명하다.
평생을 통해 형이상학에 대한 ‘로망’을 한시도 놓치지 않았던 이 철학자는 책 머리글에서 “유교와 도교에 대한 이해는 동북아시아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썼다. 올해로 일흔 다섯 살인 그의 심중에는 사반세기에 걸쳐 동북아시아 사상의 핵심을 짚어낸 자신의 두 저서, <노장사상>과 <논어의 논리>가 하나의 큰 우물을 이루고 있을 터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논어, 포스트모더니즘과도 통한다” 논어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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