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귀는 깃털에 파묻혀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애기금눈올빼미의 귓구멍은 좌우 비대칭이다.(왼쪽) 두개골에서도 비대칭적인 귀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오른쪽 위) 애기금눈올빼미의 왼쪽 귓구멍.(오른쪽 아래) 에이도스 제공
부당하게 과소평가되어온
새의 머릿속을 위한 변명
새의 시·청·후·촉·미각 망라
새는 어떻게 길을 잃지 않을까
새는 지구 자기장을 ‘본다’
새의 머릿속을 위한 변명
새의 시·청·후·촉·미각 망라
새는 어떻게 길을 잃지 않을까
새는 지구 자기장을 ‘본다’
팀 버케드 지음,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2만원 인간은 새를 질시하고 무시한다. 드높은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새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새의 지적 능력은 비웃음의 대상이다. 생각 없어 보이는 눈, 로봇처럼 까딱거리며 돌아가는 머리는 새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능만을 ‘겨우’ 갖고 있을 것처럼 보이게 한다. 조류를 연구하는 행동생태학자인 팀 버케드 영국 셰필드대 동물학과 교수가 쓴 <새의 감각>은 과소평가되어 온 ‘새의 머릿속을 위한 변명’을 담은 책이다. 새도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고, 맡고, 맛본다. 이 책의 핵심 질문은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라는 부제에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끊임없는 식탐이 엄습하여 일주일 만에 엄청나게 뚱뚱해져서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한 방향으로 끈질기게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 교미 시간이 10분의 1초에 불과하지만 하루에 100번 넘게 사랑을 나누는 유럽억새풀새 한 쌍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어렸을 때부터 새를 키우며 관찰하기 좋아했던 지은이는 새의 감각에 관한 인류의 연구 성과를 “(아이작 뉴턴의 말마따나) 거인의 어깨에 올라” 훑고 나서, 자신이 직접 한 실험과 관찰, 새로 나온 연구를 곁들여 우리가 모르는 새의 능력을 밝혀 나간다. 새는 빠르게 날면서 충돌을 피해야 하고 잽싸게 숨는 먹잇감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시력이 탁월해야 한다. 아메리카황조롱이는 18미터 떨어진 2밀리미터의 벌레를 탐지하는 시각 해상력을 갖고 있다. 사람처럼 두 눈이 모두 정면을 향하는 올빼미 같은 새를 제외하면 새의 눈은 대체로 양 측면을 따로따로 바라본다. 두 눈의 쓰임새도 다르다. 햇병아리는 먹이처럼 가까운 대상을 볼 때는 오른쪽 눈을 쓰고 포식자처럼 먼 대상을 볼 때는 왼쪽 눈을 쓴다. 왼쪽 눈은 뇌의 우반구에 오른쪽 눈은 좌반구에 따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새는 한쪽 눈을 뜨고 잘 수 있다. 포식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한쪽 눈을 뜨고 있더라도 한쪽 뇌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새의 귀는 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관련 연구가 늦어졌다. 메추라기뜸부기 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으면 약 100데시벨에 이른다고 한다. 가까이서 15분간 들으면 청력이 손상될 만한 소리다. 그런데 어째서 메추라기뜸부기의 귀는 멀쩡한 걸까? 비결은 일시적으로 귀를 멀게 하는 것이다. 큰들꿩 수컷이 일시적으로 귀가 머는 것은 소리를 내는 동안과 그 뒤로 몇초간 피부 덮개가 바깥귀를 막기 때문이다. 소리를 내려고 부리를 크게 벌리기만 해도 고막의 압력이 달라져 청력이 감소하는 새도 있다. 가장 큰 의문은 수천킬로미터를 날아다니는 새들이 어떻게 해마다 목적지를 정확히 찾아갈까 하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는 새가 지구의 자기장을 ‘본다’는 쪽으로 모이고 있다. 이른바 자각(磁覺) 능력이다.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자석이며 새에게는 여섯번째 감각이 있어서 지구 자기장을 감지한다는 최근의 발견이 있다. (…) 비둘기의 눈 주위와 윗부리 비강(신경종말 안쪽)에서 미세한 자철석 결정이 발견되었다.” 자철석은 산화철의 한 형태로 새뿐 아니라 꿀벌이나 물고기에게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의문들도 많다. 예를 들어 나미비아의 에토샤 건호(乾湖)에 비가 내리면 몇시간 지나지 않아 유럽홍학 수천마리가 나타난다. 멀리서 치는 천둥의 진동을 알아챈 것일까, 아니면 비구름을 본 것일까? 홍학이 어떤 감각을 이용해 먼 곳에서 내리는 비를 감지하는지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 동물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역지사지’의 경험은 인간을 겸허하게 만든다. 인간이 거대한 우주와 자연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교훈을 준다. 가뭄이 닥쳤을 때 큰흙집새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인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를 곯으면 이기심이 극도로 커져서 먹이를 독차지하려 든다. 덩치가 크거나 지위가 높은 녀석은 약한 녀석을 밀치고 먹이를 빼앗는다. (…) 급기야 집단이 해체되기도 한다. 개체들을 묶어주던 사회적 유대가 사라지고 작은 단위로 뿔뿔이 헤쳐 모여 먹이를 찾아 마른땅을 헤집는다. 다른 큰흙집새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포식자에게 공격받을 위험도 커진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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