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몸이 잘 붓는 사람이나 비만인 이가 물을 많이 마시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신만큼 소변이나 땀으로 배출되어야 하는 데 비만인 사람들은 그 활동이 원활하지 못합니다. 물이 비만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죠.”
한의학 박사 김수범(53·우리들한의원) 원장의 조언이다. 물은 많이 마실수록 건강에 좋다는 속설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김 원장은 팥빙수 같은 찬 음식은 몸이 차가운 이에게, 인삼이 많이 들어간 삼계탕 같은 뜨거운 음식은 열이 많은 사람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또 그는 몸의 상태에 따라서도 음식을 골라 먹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출간된 <가족이 건강해지는 사계절 해독밥상>의 한의학 자료제공 및 감수를 맡았다. 책의 저자는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 이사장이다. 항생제, 성장호르몬, 지엠오(GMO·유전자변형작물) 등이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고민해온 두 사람이 뭉쳐 책을 낸 것이다.
한방 체질 약선음식이나 체질건강법, 사상체질 다이어트 등, 음식과 건강의 관계를 한의학의 관점에서 조목조목 설명한 책도 이미 여럿 펴낸 김 원장은 최근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맞춤의학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람마다 몸에 맞는 치료와 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과 같은 맥락이다.
‘해독밥상’에서는 환경오염·피로·잦은 음주 등 외부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얻은 독소를 밖으로 내보내고 몸이 자체적으로 정화하도록 유도하는 음식들을 소개해놓았다. 조개·굴·전복·소라·문어·포도·감·메밀 등은 간 해독에 좋고, 청국장·김치·요구르트 같은 발효음식들은 대장 독소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우엉·보리·수박·참외·딸기, 푸른 생선 등은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 데 좋고. 도라지·대구·명태·복어는 폐를 건강하게 한다. 기미·여드름·두드러기 난 피부에는 알로에·율무·박하차·오이·호두·잣 등을 추천한다. 책에는 33문항의 체질 테스트 문항도 넣었다.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특성과 체질에 맞는 좋은 음식과 피해야할 음식들을 함께 소개한다.
대전 출신으로 원광대 한의대를 거쳐 경희대 한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원장은 1990년대 초부터 서울 마포에 정착해 이처럼 치료만 아니라 체질에 맞는 음식까지도 처방해주는 ‘친절한 의사’로 명성을 얻고 있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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