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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불경스런 빅토리아 문학 성지 순례기

등록 2015-03-19 21:00수정 2015-03-19 21:00

잠깐독서
프로이트의 카우치,
스콧의 엉덩이, 브론테의 무덤

사이먼 골드힐 지음, 최재봉 옮김
뜨인돌·1만4000원

작가들의 공간은 그 작품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까? 그리스 고전문학 연구자인 지은이는 ‘그러리라’는 전형성을 거부한다. 작가들의 집이나 물건을 둘러보느니 그 책을 읽는 게 낫다고 여긴다. 이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떠난 ‘빅토리아 시대 문학 성지 순례’는 불경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의 순례 원칙 첫 시험지는 19세기 ‘스타 작가’ 월터 스콧의 저택. ‘작가로서 내 공간을 보라’는 듯 직접 설계하고 지은 집이 답을 주리라. 지은이는 작가 스콧이 아닌 골동품 수집가, 인맥 쌓기의 달인, 꿈의 건축가 스콧을 만났을 뿐이다. 오랫동안 워즈워스의 시를 머릿속에 담은 채 살아온 지은이가 찾은 시인의 도브 코티지 또한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작고 어두운 방의 폐소공포증이 느껴졌을 뿐, 삶의 여행을 복기한 워즈워스의 시처럼 여행하며 그의 삶을 이야기하리란 각성에 이른다. 브론테 자매의 목사관에서는 압도적인 비극성이나 황야의 고독을 느껴야 한다는 ‘브론테 신화’의 압박에 저항한다. 빅토리아식으로 복원된 셰익스피어 생가에선 “셰익스피어를 경험하세요”라는 식의 관광상품화에 천재의 아우라를 맛보기가 가장 힘들었다. 거짓을 걷어내고 진실을 발라내는 깐깐한 안목이 문학순례를 진정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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