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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생애 최악의 사랑’은 끝날까

등록 2015-04-02 21:03수정 2015-04-02 21:03

잠깐독서
아들과의 연애를
끝내기로 했다

김수경 지음/포북·1만3000원

아들과의 연애를 끝내기로 했다! 그놈과 싸우고 짐을 쌌다. 사달은 아침 먹이는 문제에서 일어났다. 출근 준비에 종종거리며 차린 아침밥상을 거부당한 것까지라면 꾹꾹 참았을 테다. 빵이라도 먹겠냐고 물은 게 화근이었다. 먹겠다던 아들은 우유와 채소를 곁들여 낸 빵마저 트집을 잡아 되물렸다. “나쁜 자식!” 집착이 부른 짝사랑의 쓴맛을 다시며 ‘엄마 없는 집에서 어디 한번 잘 살아봐라’ 비장한 결별을 고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쓴 아들 엄마의 처절한 ‘20년 연애담’ 혹은 양육 교과서와는 거리가 좀 있는 육아 에세이다.

그놈밖에 몰랐던 얘기는 다섯살 적 기억으로 거슬러간다. “엄마, 이 반지는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할머니한테 엄마 선물은 없다고 말한 아이가 건넨 반전의 선물, 그로써 “생애 최악의 사랑”이 시작되고 만 것이다. 빨래를 널 때도 햇볕 좋은 자리에 아들 옷을, 남편 옷은 적당한 곳에 널면서 그렇게 몰래몰래 사랑을 키워갔다. 20대 아들과 뮤지컬을 보고 온 날엔 “다 주어도 하나 억울하지 않은 누군가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연애의 기쁨”에 빠진다. 잡지사 기자, 출판사 기획자로 일하며 엄마 노릇 잘해보고 싶었지만 서툴렀던 순간들이 눈물나게 웃기다. 자식사랑을 퍼부으며 내 부모의 사랑 또한 되짚어가는, 엄마가 되고서 철들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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