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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부활한 예수가 마리아에게 남긴 말

등록 2015-04-09 21:10

잠깐독서
나를 만지지 마라
-몸의 들림에 관한 에세이

장 뤽 낭시 지음, 이만형·정과리 옮김
문학과지성사·1만1000원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마르코 수도원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프레스코 벽화가 있다. 도미니크 수도회 수사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이 프레스코화는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해 막달라 마리아 앞에 나타난 예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예수를 알아본 마리아가 가까이 다가가자 예수는 말한다. “나를 만지지 마라.”(놀리 메 탄게레)

프랑스의 철학자 장 뤽 낭시는 “나를 만지지 마라”는 성경 속 구절에 주목한다. 그는 이 말이 발성되는 방식과 그와 관련된 인물의 동작과 모습, 또 이 장면을 그린 각종 성상화를 꼼꼼히 분석하며 그 안에 담긴 문화사회적 의미를 탐구한다. 예수는 마리아가 그를 잡으려는 것을 물리치는 동시에 마리아에게 자신의 부활 소식을 알리도록 명한다. 즉 “나를 만지지 마라”는 말 속에는 역설적이게도 만지지 않으면서 그의 진리에 다가가라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낭시는 이 말을 다음과 같이 변주한다. “나를 만지려면 제대로 만져라. 떨어져서. 전유하려고 하지 말고 동일화하지 말고.” 결국 예수가 말하는 사랑과 진리는 만지면서 밀어내는 것이 아닐까.

문학평론가 정과리가 초역을 하고, 목회자 이만형이 종교적인 부분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꼼꼼하게 낭시의 원전을 되짚었다. 철학적 사유로 가득한 이 책이 좀 버겁다면, 옮긴이의 해설 두 편을 참조해도 좋겠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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