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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소설처럼 읽히는 ‘가장 세련된 헤겔 평전’

등록 2015-04-16 19:20수정 2015-04-16 19:20

헤겔
테리 핀카드 지음, 전대호·태경섭 옮김
길·5만5000원

1843년, 정신착란 증세에 시달리던 시인 횔덜린이 죽기 직전 어느날이었다. 독일의 한 문학가가 그를 방문해 젊은 시절 가장 소중하고 오랜 친구인 헤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횔덜린은 중얼거리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절대자요.”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1770~1831)의 평전 가운데 가장 세련되고 신뢰할 만한 책으로 평가받는 <헤겔>이 국내 첫선을 보인지 10년 만에 전면개정판으로 재출간됐다. 이 책은 헤겔이 살았던 시대 상황을 맥락적으로 설명하고, 헤겔과 동시대 사상가들의 지적 대결을 상세히 묘사하면서 한 위대한 철학자의 생애를 한편의 대하소설처럼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지은이는 18세기의 몰락과 19세기의 여명 한가운데 산업화와 혁명을 거치는 격동의 시대 상황 속에서 근대 철학 사상이 폭발했던 장면을 재현하는 한편, 영어권에서 철저히 무시당한 헤겔 사상에 대한 고정관념에도 강하게 쐐기를 박는다. 헤겔의 체계를 “모든 발전은 이른바 정반합이라는 변증법에 따른다”고 간단히 정리해버린 사람들에 대해 지은이는 “헤겔 철학에 대한 강간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렇다면 헤겔은 누구이며 그는 어떤 철학가인가? 독일 쾰른대학에서 헤겔을 연구한 번역가 전대호는 개정판 서문에서 “헤겔 철학은 우리 모두의 본성인 근대성을 가장 철저하게 파헤친 기록”이라며 “헤겔은 ‘끝까지 질문할 것’을 권하는 철학자”라고 설명한다. <정신현상학> 서문에서 헤겔은 이렇게 말한다. “만신창이로 찢어진 조각들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때만 정신은 자신의 진실에 이른다.”

지난해 번역 출간된 찰스 테일러의 <헤겔>(그린비)이 웅숭깊은 정치철학자의 프리즘을 통과 해야 하는 만큼 다소 수고로움이 필요했다면, 이 책은 1100쪽 분량이지만 대중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읽기에 부담이 적다. 근대성 자체를 처음 사유의 대상으로 삼은 철학자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손색 없다. 말미에 <정신현상학> 서문도 함께 실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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